28일 저녁 열린 '제13회 평창대관령음악제-저명연주가 시리즈' 공연. 바이올리니스트 보리스 브로프친과 폴 황, 비올리스트 막심 리자노프, 첼리스트 지안 왕,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브루흐의 '피아노 5중주 G단조'를 선보였다. /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
공연의 마지막 곡인 브루흐의 '피아노 5중주 G단조'가 끝난 뒤에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이번엔 공연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는 듯 다른 관객의 박수와 호응이 더해졌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첼리스트 지안 왕, 바이올리니스트 보리스 브로프친과 폴 황, 비올리스트 막심 리자노프는 몇 번이고 다시 무대에 나와서 관객의 커튼콜에 화답했다.
핀란드 출신 하프시코드 연주자 아포 하키넨과 그가 이끄는 헬싱키 바로크 앙상블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D장조'를 선보였다. /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
피아니스트 김다솔은 메조 소프라노 모니카 그롭과 호흡을 맞췄다. 핀란드 출신의 그롭은 바로크 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다양한 작품을 아우른다. 그는 이날 베를리오즈의 '여름밤' 가운데 '목가'와 '장미의 정령', '미지의 섬'을 노래했다. 그 어떤 악기보다 콘서트홀을 꽉 채운 그의 목소리는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는 말을 증명했다.
비올리스트 박경민은 한국 초연인 백승완의 '고독'을 연주했다. /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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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악기로 콘서트홀을 꽉 채운 이는 또 있었다. 바로 비올리스트 박경민이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처음 찾은 그는 작곡가 백승완의 '고독' 독주를 선보였다. 한국 초연이다. 조금은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곡임에도 박경민의 무서운 집중력에 관객들도 숨을 죽였다. 그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다가도 마치 쇳소리를 내듯 강하게 긁는 음으로 몰아치며 인간의 고독한 본성을 표현해냈다.
등장부터 환호를 받은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지안 왕이 함께한 브루흐의 무대는 "역시"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했다. 경쾌하고 서정적인 선율을 오가다가도 파도가 몰아치는 듯 격정적인 음악을 선사했다. 다섯 악기가 어우러지는 연주에는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이날 공연은 6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정명화 예술감독은 공연이 끝난 뒤 "모든 작품(every piece) 하나하나가 정말 감동적이고 훌륭했다"며 이어지는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아낌없이 표현했다.
'저명연주가시리즈'는 다음 달 7일까지 계속된다. 베토벤, 브람스, 보케리니, 바르토크, 부조니 등 다양한 작곡가의 음악을 세계 각 지에서 모인 뛰어난 연주가들의 연주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