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메달 타령 나올라'…연금 점수 1-6등 45배차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6.07.2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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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부익부빈익빈 한국스포츠]①1등집착 근절법 19대 폐기

'또 메달 타령 나올라'…연금 점수 1-6등 45배차


"은메달에 오른 우리 선수는 아쉬운 눈물을 흘리는데 4위를 기록한 유럽 선수는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더군요."
런던 하계올림픽이 한청이던 2012년 8월 한 포털에서 이 같은 누리꾼의 글이 올라오자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세계 2위도 대단한 기록임에도 기뻐하기보다 억울해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는 것이 글의 요지였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부상 속에서도 4위를 차지한 장미란의 웃음과 은메달만 두개를 따낸 박태환의 미소를 보면서 1등 집착증이 완화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2016년 하계올림픽을 1주일여 앞두고 한국 스포츠가 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감동을 국민에게 선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기준 5위 내 두번이나 오른 스포츠 강국인만큼 1등만 추구하는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점수 따라 늘어나는 연금=선수들의 '1등 집착증'은 입상순위에 따라 대폭 늘어나는 지원금과 연계돼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국제대회 등에서 입상한 선수들은 평가점수를 받고 누적된 점수에 따라 '경기력향상연구연금' 명목으로 매년 연금을 받는다.

스포츠선수에 지급되는 연금은 국제대회별 평가점수에 따라 산정된다. 올림픽대회 금메달을 따면 90점, 은메달을 따면 70점, 동메달을 따면 40점이다. 4위 이하로 가면 점수는 대폭 낮아진다. 4위는 8점, 5위는 4점, 6위는 2점씩이다.



2011년까지 올림픽 금메달은 90점, 은메달은 30점, 동메달은 20점을 부여했으나 편차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런던올림픽 이후 현재와 같이 변경됐다.

올림픽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세계선수권대회나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대회 등은 4위 이하에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다.

편차도 크다. 올림픽 다음으로 점수를 많이 부여하는 4년주기 세계선수권대회는 동메달을 따봐야 7점에 그친다. 세계선수권대회가 아닌 대회는 동메달이 불과 1점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90개를 따야 올림픽 금메달 1개와 같은 점수다.


연금은 110점 기준으로 100만원이다. 금메달을 하나 따면 90점이 부여되지만 110점에 해당하는 10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110점을 넘어가면 10점당 150만원의 일시장려금을 주는데 올림픽 금메달이면 10점당 500만원을 준다.

연금 대신 일시금으로 수령도 가능하다. 20~30점 구간에선 1점당 112만원, 30점 초과시엔 56만원 꼴로 지급한다. 예컨대 평가점수가 0점인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6720만원을 받는다. 반면 같은 기준으로 동메달을 따면 3920만원을 수령한다.

여기에 포상금은 별도다. 금메달의 경우 6000만원을 받는다. 은메달은 3000만원, 동메달은 1800만원이다.

'또 메달 타령 나올라'…연금 점수 1-6등 45배차
◇스포츠 1등집착 근절법, 논의 없이 폐기=순위에 집착하는 스포츠문화를 전환시키기 위한 국회에서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경민 의원이 2014년 발의한 국민체육진흥법은 입상순위에 따라 차등적인 지원금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순수하게 스포츠정신에 입각해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노고를 인정하는 스포츠 문화를 정착하겠다는게 주요 발의 이유다.

신 의원은 "지원금을 입상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하면서 건강한 스포츠 정신은 변질되고 순위에 급급한 스포츠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금메달, 1등에 집착하는 문화 때문에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으로 자라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10개월만인 지난해 2월 교문위에 상정돼 해당 소위로 넘겨졌지만 더이상 논의되지 못했다. 선수들의 성취동기나 경쟁심리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여전히 메달에 따른 점수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점수조정이 재논의될 지 관심이다.

교문위는 전문위원 보고서를 통해 "올림픽 입상 점수가 금메달과 동메달은 2.4배, 4위와는 11.3배, 6위와는 45배 차이가 난다"며 "동일한 국제경기대회에서는 입상선수 간 점수 차가 너무 과도하게 차이나지 않도록 하는 개선방안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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