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주식시장에서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 투자자들이 있었다. '싸도 너무 싼' 주식인 은행과 자동차주를 들고 있던 투자자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시원한 주가 급등에 환호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98포인트(0.10%) 오른 2012.32에 마감했다. 지수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종목간 편차는 컸다. 만년 저평가의 오명을 벗은 금융주가 하나금융지주의 깜짝 실적을 발판 삼아 비상했고 현대차가 5% 강세 마감했다.
◇'만년 저평가' 오명 벗는 가치주=코스피 시장에서 금융주는 견조한 실적과 과도한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그간 찬밥 취급을 받았다. 저금리 환경에서 은행의 예대 마진 비즈니스가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에 제대로 된 관심을 받기 어려워서였다.
이날 하나금융지주는 9.52% 급등 마감했다. 외국인이 147만주를, 기관이 50만주를 순매수하며 숨가쁜 급등세를 나타냈다. 하나금융지주를 대장주 삼아 KB금융이 4.11% 급등했고 신한지주와 우리은행도 1%대 상승 마감했다. 4대 은행주에 모두 외국인과 기관의 동시 순매수가 집중된 것이 특징적이었다.
장기간 시장에서 소외되며 한국전력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준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위아 현대모비스에도 기관과 외국인의 동시 순매수가 집중됐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만년 저평가 기업들이 저금리 환경에서도 돈을 버는 것을 증명하면서 과도한 저평가에 대한 반발 매수가 뒤따른 것"이라며 "오랜 기간 저평가로 고생한 가치투자자의 노력이 보답받은 날"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중심 어디로=한편 이날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중소형주 펀드를 회수하고 배당형 펀드에 자금을 집행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현재 금융주의 시가배당률은 평균 3%를 상회하고 있으며 현대차도 2%대 육박하고 있다. 연기금의 배당형 자금 집행이 늘어난다면 대형주 중에 이들 종목이 수급적 우위에 설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의 흐름이 고성장주에서 가치·고배당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금융주와 현대차가 강세를 보인 반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고성장주의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와 LG생활건강은 2%대 약세를 나타냈다.
이채원 부사장은 "시장의 수급이 고성장주에서 저평가 가치주로 이동할 것"이라며 "저성장 저금리 하에서는 과거의 성장을 일시에 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데 꾸준히 잘 버는 주식의 상승세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고평가된 종목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과도하게 저평가된 종목이 오르는 '갭 줄이기' 장세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저평가됐지만 견고한 실적을 자랑하는 종목은 다음 장세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는 성장이라는 기대와 저평가된 가격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추가 상승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