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을 제2의 여의도로"…서울 '금융중심지' 새 판 짠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6.07.26 04:20
글자크기

서울시, 올해 하반기까지 연구용역 거쳐 10여년 만에 '금융중심지 전략' 재정립…"싱가폴·홍콩 수준 조세혜택·규제완화" 적극 연구

서울 광화문 일대 금융가 전경./사진=이기범 기자서울 광화문 일대 금융가 전경./사진=이기범 기자


서울시가 새로운 금융가로 뜨는 종로·광화문 일대 도심권(CBD: Central Business District)을 여의도에 이은 '제2의 금융중심지'로 삼는 방안을 검토한다. 여의도를 금융중심지로 추진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커녕 외국계 금융사의 이탈 현상이 심화되자 전환점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특히 서울시는 글로벌 금융가인 싱가포르·홍콩 등의 조세·규제정책을 면밀히 분석해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적극 건의할 방침이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나라장터에 이 같은 내용의 '서울시 금융중심지 추진전략에 관한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총 예산 6000만원을 투입해 4달 동안 진행하는 연구로 서울시의 금융중심지 추진전략을 올해 하반기까지 다시 세우겠단 취지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금융중심지법 제정 이후 여의도를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힘써왔다. 지난해 7월 24일엔 '서울시 금융산업 육성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켜 여의도에 신규로 들어오는 국내외 금융기관에 대해 설비자금 최대 10억원, 인력자금 기관당 2억원 등 지원 방안을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잇따라 한국 시장에서 일부 또는 전부 철수 중이다. 2013년엔 영국 HSBC와 네덜란드 ING, 2014년엔 영국계 보험사 아비바그룹, 지난해엔 영국 RBS(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올해 들어선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와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UBS가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광화문을 제2의 여의도로"…서울 '금융중심지' 새 판 짠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예정돼 있는 금융위의 '금융중심지 정책 재정립' 추진에 맞춰 연구용역을 추진키로 했다. 서울시도 자체적으로 금융중심지 정책의 목표·방향을 다시 세우겠단 취지다.



서울시는 연구용역을 통해 여의도의 금융중심지 활성화 방안과 광화문 도심(CBD)쪽 금융가를 '제2의 금융중심지'로 추진하는 방안 모두를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금융기관들이 광화문 일대로 이전한 사례가 있어 금융중심지로 삼으면 어떨지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등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도심 쪽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시는 싱가폴·홍콩 등에 비해 조세혜택 등 인센티브가 부족하단 문제 제기가 많았던 만큼 해외사례를 적극 연구할 계획이다. 이어 금융중심지에 들어오는 외국계 금융기관에 해외도시에 준하는 조세혜택과 인센티브 등을 주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에 관련법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큰 제약 없이 금융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등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회사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면 규제가 너무 심해 비즈니스 활동을 위축한단 불평이 많았다"며 "건전성 차원에서 꼭 필요한 규제를 제외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춰 비즈니스가 방해되지 않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