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학 차별마세요…과학도 교양입니다."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6.07.3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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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읽읍시다] <12>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과학자 탓? 결정은 시민의 몫"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그는 "과학은 가치중립적이기 때문에 판단을 하지 않는다"며 "판단은 인문학, 즉 정치와 시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사진=홍봉진 기자15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그는 "과학은 가치중립적이기 때문에 판단을 하지 않는다"며 "판단은 인문학, 즉 정치와 시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인공지능의 폭주가 걱정되십니까? 로봇이 10년 안에 내 직업을 빼앗을지 궁금하다고요? 그렇다면 공부하세요, 과학을.”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상욱(46)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최근 ‘김상욱의 과학공부’라는 책을 펴냈다.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서구사회에서도 교양으로 여기지 않았던 과학을 우리가 절실하게 ‘교양’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고,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책은 “과학과 인문학은 교양 앞에 평등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인문학은 ‘교양’으로 생각하고 공부하려 하지만, 과학은 외면한다는 것. 그러나 과학을 아는 것은 나, 우리를 알아가는 과정의 시작이며 인문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철저하게 ‘목적’을 갖고 책을 썼다고 말했다. “핵무기가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으니 핵 개발을 연구하지 마라, 인공지능이 직장을 빼앗을 테니 만들지 마라…. 이것은 불가능합니다. 과학은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그 결정은 시민사회의 몫입니다. 과학 문제라고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가치판단이 필요한 인문학의 영역이라는 의미입니다.”

부연 설명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과학의 발전을 두려워하고, 과학이 가져올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과학자’에게 묻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은 잘못이 없어요. 오히려 과학자들은 인문학자들이 과학을 알고, 과학의 폭주를 막아주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인간 노동이 불필요한 시대가 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시민들이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진=홍봉진 기자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인간 노동이 불필요한 시대가 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시민들이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원전을 예로 들었다. 원전을 지을지 결정할 때 정부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과학자들을 모아놓고 “안전하냐?”고 묻는 일이라는 것. 과학자들은 개인의 신념이나 호불호와는 상관없이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을 둔 확률을 제시한다. “원전은 화력발전보다 몇% 저렴하나 몇%의 확률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과학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가 시민들이 교양으로서의 과학을 배우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이유다. 원전 건설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시민사회가 할 일인데 막상 이 영역에 있는 결정권자들이 과학을 모른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니 모두가 충격을 받았지만 사실 바둑은 인공지능이 이기기 매우 쉬운 영역이었어요.”

이미 2012년 미국의 유명 퀴즈프로그램 ‘제퍼디!’(Jeopardy!) 챔피언을 인공지능 ‘왓슨’이 꺾으면서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미국의 가장 큰 로펌이 이 왓슨을 변호사로 채용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인간 노동 불필요의 사회’에 우리는 제대로 대비하고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노동이 불필요한 사회에 대한 인문학자들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사회는 우리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는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문과학 차별마세요…과학도 교양입니다."
로봇이 모든 노동을 대체한 뒤 인간에게는 ‘기본소득’을 제공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것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맞춤형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게 그 고민을 하기 위해 시민들이 과학 지식을 얼마나 알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지식이 아니라 과학의 태도, 즉 방법론을 알아야 합니다. 감정적이 아닌 합리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물증들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결정하는 태도, 그것이 바로 과학입니다.”

◇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상욱 지음. 동아시아 펴냄. 335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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