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는 환율전쟁인가?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6.07.01 17:00
글자크기

[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 자료=글로벌모니터/ 자료=글로벌모니터


우리나라 시각으로 7월1일 0시 무렵,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습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가 성명서를 발표한 데 따른 외환시장의 반응이었습니다. 카니 총재는 "올 여름에 아마도 통화완화 정책을 써야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돈을 풀겠다는 얘기죠. 지금 0.50%인 정책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완화를 새로 늘리거나. 둘 다 하거나, 방법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통화가치가 떨어진다는 상식이 외환시장에 즉각 반영됐습니다. 브렉시트 폭풍이 몰아치던 때 영국 파운드화는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하며 31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습니다. 그 충격을 딛고 막 회복되던 파운드화 가치가 영란은행 총재 발표 한 마디에 다시 고꾸라진 것입니다.



통화가치가 이렇게 추락하는 현상에 대해 그 통화의 가치를 관리하는 중앙은행의 총재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마침 그 자리에서 기자가 물었습니다. 마크 카니 총재는 '중앙은행이 개입할 일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중차대한 펀더멘털의 변화를 반영해서 시장이 제 기능을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었죠. 한 마디로 반갑다는 뉘앙스로 들렸습니다.

그 동안 영국은 미국의 뒤를 이어서 금리인상 개시를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국은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통화가치 강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어요. 그래서 국제수지 적자가 대폭 늘어나고 경기는 차츰 힘을 잃어 가고 저물가는 계속 이어져 긴축을 반복해서 미뤄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브렉시트가 터졌던 거죠. 파운드화 가치가 절하되어야 할 대단한 명분이 생긴 겁니다.



/ 자료=글로벌모니터/ 자료=글로벌모니터
영란은행의 발표에 몇 시간 앞서, 그러니까 우리 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오후 4시 무렵의 일입니다. 달러에 대한 중국 위안화 환율이 순식간에 치솟아 올랐습니다. 역시 위안화 가치가 곤두박질쳤다는 얘깁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용인할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위안화 환율이 6.8위안으로 점진적으로 상승하도록 내버려둘 생각이다"라고 한 외신이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브렉시트 사태로 인해 수출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합니다.

인민은행은 즉각 "수출 진작을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손댈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트레이더들은 인민은행의 속내를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보도 몇 시간 뒤 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역시 수출이 안 좋다는 이유였습니다. 중국 역시 7월 중에 금리를 내릴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엔화가 다시 오르는 바람에 궁지에 몰린 일본은 8~9월에 돈을 풀 거라고들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들을 부추긴 배경에는 브렉시트가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죠. 다들 돈을 푸는데 혼자 금리를 올렸다가는 달러화 강세를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미국의 금리인상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미국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