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 남고 싶어"…英, 아일랜드 여권 신청자 급증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6.06.2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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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외무장관 "영사업무 마비될 지경…여권 발급 지연 우려"

/사진=네이버 지도/사진=네이버 지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가 아일랜드 여권 사수전으로 번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여권을 취득하려는 영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찰리 플래내건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지난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EU 탈퇴를 선택한 이후 아일랜드 여권을 신청하려는 영국인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회원국 국민들은 다른 EU 회원국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학교를 다니거나 여행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여권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플래내건 외무장관은 이 때문에 아이랜드의 영사 업무가 마비가 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국 국민들은 EU 탈퇴 협상이 마무리되는 2년 뒤까지는 EU 회원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린다고 했다. 이에 아일랜드 여권 신청이 급증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여권 발급이 급속히 지연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신청자수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브렉시트 투표 이전 아일랜드 외무부는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여권 신청자가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무부는 지난해에 견줘 올해 영국 거주자들로부터 약 4000건의 신규 여권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의 경우 아일랜드 외무부는 67만건의 신규 여권을 발급했으며 대다수는 아일랜드 국민들이 신청한 것이었다.

아일랜드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나거나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부모가 있으면 자동으로 아일랜드 국적을 취득하고 아일랜드 여권을 신청할 수 있다. 조부모가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면 아일랜드 여권 신청 자격이 부여된다.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아일랜드계 국민은 약 6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북아일랜드 주민 180만명 가운데 약 50만명은 이미 아일랜드 여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8년 체결된 성금요일 평화협정으로 30년에 걸친 북아일랜드 신·구교간 유혈분쟁이 끝나면서 아일랜드 주민들은 아일랜드와 영국 국적·여권을 모두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표 결과 EU 탈퇴 찬성이 51.9%, 반대가 48.1%로 브렉시트가 최종 확정됐다. 이번 국민투표 투표율은 71.8%을 기록해 1992년 총선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런던과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에선 EU 잔류가 압도적이어서 재투표 요구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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