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패권' 쥔 텐센트, 적인가 동지인가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6.06.27 11:41
글자크기

中 텐센트, 슈퍼셀 인수로 지배력 강화… 국내 게임사들 전략적 대응책 모색해야

게임 '패권' 쥔 텐센트, 적인가 동지인가


전 세계 게임시장의 지배자로 부상한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들의 우군일까, 적군일까. 텐센트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전략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게임사 인수 및 지분투자에 적극 나서왔던 텐센트는 최근 핀란드 게임 개발사 슈퍼셀까지 인수하며 글로벌 게임업계의 ‘빅브라더’로 주목을 받았다. 슈퍼셀 지분 84.3%를 86억 달러(약 9조9200억원)에 사들인 것.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텐센트는 슈퍼셀 인수로 전 세계 게임 매출에서 13%(111억달러)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게임 '패권' 쥔 텐센트, 적인가 동지인가
◇몸집 불리는 텐센트…국내 게임업계 ‘위협’= 국내 게임사들은 텐센트의 몸집 불리기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내외에서 텐센트 진영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텐센트가 자기 진영의 게임들을 적극 지원하고 나선다면 국내 게임사들에 큰 위협이다.

가뜩이나 텐센트가 중국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일방적인 퍼블리싱(게임배급)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자사의 결정에 개발사들이 무조건 맞추길 원한다”며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과도한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중도 하차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텐센트의 영향력 확대로 이런 불합리한 행태가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이 관계자는 “텐센트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사 게임들 중심으로 퍼블리싱 사업을 펼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자금과 대규모 이용자… ‘위기’보단 ‘기회’= 텐센트는 이미 한국 게임업계에 전방위적으로 투자하면선 ‘큰 손’ 역할을 해왔다. 텐센트는 카카오, 넷마블게임즈, 네시삼십삼분(라인과 공동투자) 등에 8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텐센트 종속화’를 우려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라는 의견도 있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가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다. 세계 최대 게임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텐센트 투자의 이점이다.

텐센트는 중국 진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다. 텐센트는 PC 메신저 ‘QQ’, 모바일 메신저 ‘위챗’,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웨이보’ 등 대규모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 한국 게임을 장기간 성공적으로 서비스한 노하우도 갖고 있다.

다른 게임사들과의 연대를 모색하면서 협상 경쟁력을 키우는 게 국내 게임사들의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넷이즈, 아워팜 등 중국 대형 게임사들과 IP 제휴 및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텐센트와 퍼블리싱 계약에 지나치게 치중했던 데에서 변화된 모습이다.


중견 게임사의 한 임원은 “다양한 게임사들과의 협업을 모색하면서 스스로 선택지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텐센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절대 을’로 전락할 위험성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