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 있으면 취업 안 되는 사회가 온다?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6.06.2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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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프랭크 파스콸레 '블랙박스 사회'…"당신의 모든 것이 수집되고 있다"

가족력 있으면 취업 안 되는 사회가 온다?


'블랙박스'란 본래 비행기나 기차 등에 들어있는 데이터 모니터링 시스템 같은 기록 장치를 의미한다. 또는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말하기도 한다. 인풋과 아웃풋은 확실할 수 있어도, 인풋이 어떻게 아웃풋으로 바뀌는 지 알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의미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매일 이런 두 가지 의미의 블랙박스에 직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업과 정부로부터 갈수록 더 면밀히 추적당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같은 정보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유통되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잘 모르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10년간 빅데이터와 관련된 윤리를 연구해 온 저자 프랭크 파스콸레가 쓴 새 책, '블랙박스 사회'는 이런 현실에 대해 분석한다. 돈과 빅데이터를 통제하는 정보의 제국주의가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공고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반인들은 점차 빅데이터라는 '블랙박스'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채, 누군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에 미치는 빅데이터의 영향은 '평판'에서 시작한다. 애초에는 금융 분야에서 한 사람의 신용을 평가하기 위해 빅데이터 속 정보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평판 조회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고용주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 개인의 의료 기록을 몰래 들여다보는 등 소름끼치는 일들이 '아무도 모르는' 메커니즘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건강, 금융, 소매업 등 각각의 주체들이 온라인 세상에 담긴 수 많은 정보를 개별적으로 취합해 의미를 만들어낸 다음, 데이터 브로커들이 개입해 이 정보들을 모두 통합한 프로파일을 만들어 인간을 분류한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일단 데이터 상에 자신의 오점이나 실책이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그와 무관한 분야에서도 영구적으로 차단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력에 당뇨가 있다면 그를 채용할 경우 '고비용 직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 채용하지 않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쏟아지는 정보들이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정리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어가는 과정이 '블랙박스' 안에서 진행된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진부하지만 '법'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민다. 다만, 그 법을 만들고 활용하기 위해선 '블랙박스 사회'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블랙박스 사회= 프랭크 파스콸레 지음. 이시은 옮김. 안티고네 펴냄. 344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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