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매일 이런 두 가지 의미의 블랙박스에 직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업과 정부로부터 갈수록 더 면밀히 추적당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같은 정보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유통되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잘 모르고 있다.
개인의 삶에 미치는 빅데이터의 영향은 '평판'에서 시작한다. 애초에는 금융 분야에서 한 사람의 신용을 평가하기 위해 빅데이터 속 정보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평판 조회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고용주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 개인의 의료 기록을 몰래 들여다보는 등 소름끼치는 일들이 '아무도 모르는' 메커니즘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단 데이터 상에 자신의 오점이나 실책이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그와 무관한 분야에서도 영구적으로 차단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력에 당뇨가 있다면 그를 채용할 경우 '고비용 직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 채용하지 않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쏟아지는 정보들이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정리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어가는 과정이 '블랙박스' 안에서 진행된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진부하지만 '법'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민다. 다만, 그 법을 만들고 활용하기 위해선 '블랙박스 사회'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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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사회= 프랭크 파스콸레 지음. 이시은 옮김. 안티고네 펴냄. 344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