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3세가 훌륭한 리더가 못 되는 이유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6.06.05 09:00
글자크기

[i-로드]<46>부잣집 자식일수록 가난하게 키워라

편집자주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 "부잣집 자식은 좋은 교육을 받아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나중에 좋은 직장에 취직한다."

부자 아빠(혹은 부자 할아버지)를 둔 아이는 자라면서 많은 특혜를 누린다. 그중에서도 교육적인 혜택은 단연 뛰어나다.

우선 부잣집 아이는 집값이 비싼 강남 8학군에 살며 명문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다. 그리고 비싼 특별 과외를 받고 명문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이제 '부잣집 아이는 공부 못한다'는 말은 옛날 이야기가 돼 버렸다. 오히려 지금은 부잣집 아이가 공부를 더 잘한다.



예능이나 체육 부문에서는 한술 더 뜬다. 집에 돈이 없으면 아예 자식에게 미술이나 음악, 골프 등은 시키지 못하다는 게 정설이다. 그만큼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리고 요즘은 자식의 스펙도 부모의 재산으로 쌓은 세상이다. 부모가 재산이 많으면 자식들은 해외 여행이나 해외 인턴십과 같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스펙도 다양하게 쌓을 수 있다. 해외 어학연수도 학비 걱정없이 다녀와서 외국어 실력도 남들보다 뛰어나게 쌓을 수 있다.



또한 좋은 대학을 나와 다양한 경험과 스펙을 쌓으면 좋은 직장에 취직할 확률도 높아진다. 좋은 직장에 다니면 당연히 높은 연봉을 받게 된다.

이렇듯 부모의 재산이 교육을 통해 자식에게 이전되는 현상이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사회를 크게 양분시켰던 금수저-흙수저 논쟁에서 사람들을 가장 크게 허탈하게 만든 것도 바로 이점이다.

# "부잣집 자식은 커서 훌륭한 리더가 되지 못한다."


지난 5월23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는 부잣집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훌륭한 리더가 되지 못한다는 아주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이는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자식은 자라면서 여러가지 면에서 특혜를 받으며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일반적인 믿음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이었다.

션 마틴(Sean Martin) 보스턴칼리지 경영학 교수와 스테펀 코트(Stephane Cote) 토론토대학 경영학 교수, 토드 우드러프(Todd Woodruff) 웨스트포인트 리더십 주임 대령 등 3명이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논문(Growing Up Wealthy Makes Leaders More Narcissistic)은 부잣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기도취성(narcissism)이 강한 어른으로 자라기 쉽기 때문에 조직을 이끄는 훌륭한 리더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자기도취가 심한 사람들의 특성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강하고 충동적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적다. 그런데 자기도취가 강한 사람은 관계와 업무,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끄는데 필요한 리더십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훌륭한 리더는 조직원에 대한 배려심을 가져야 하고 그들의 걱정을 함께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자기도취가 강한 사람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업무와 조직에 대한 통제도 약하고 무엇보다 조직 내의 서로 다른 의견을 공유하고 전달하며 혁신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부잣집에서 자란 아이는 왜 자기도취가 강한 어른으로 크는 걸까? 3명의 연구자들은 부잣집에서 자란 아이는 독립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독립성이 강한 이들은 자신이 남들보다 재능이 뛰어나거나 특별하다는 믿음을 갖기 쉽다. 따라서 타인의 도움이나 의견 등을 요구하지 않거나 필요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또한 부잣집에서 자란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동정심이 낮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경향이 낮다.

결국 부잣집 자식들은 독립성이 강하고 남보다는 자기를 우선하고 자신이 특별하다고 여기면서 자라기 때문에 커서 자기도취가 강한 어른이 되기 십상이다.

# "우리나라 재벌 2·3세는 창업자와 같은 출중한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재벌 2·3세의 경영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창업자가 보여준 뛰어난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재벌 2·3세에게선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고 한탄한다.

위 연구는 우리나라 재벌 2·3세들이 왜 창업자에 비해 리더십이 부족한지를 잘 설명해준다. 부자 중의 부자인 재벌가에서 자랐으니 자기도취성도 최고로 강할테고 따라서 대기업을 효과적으로 이끌 리더십이나 경영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재벌가는 앞으로 자식 교육 만큼은 부잣집 자식이 아닌 가난하게 키울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그래야 자식들이 커서 대기업을 이끌 훌륭한 CEO로 자랄 수 있다.

# "가난한 집 자식은 커서 누구 못지 않게 크게 성공할 수 있다."

3명의 연구자들은 마지막으로 가난한 집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기도취성을 덜 체득하기 때문에 커서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흙수저로 태어나도 커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쟈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소설 '에밀(Emile)'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나에게 가난한 집 아이와 부잣집 아이 가운데 누구를 가르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부잣집 아이를 택하겠소. 가난한 집 아이들은 가난이 가르쳐 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오."

루소의 말대로 가난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부족하기에 나눔을 배우게 하고 삶의 엄숙함을 깨닫게 한다. 가난은 겸손을 가르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르친다.

무엇보다도 가난은 아이들에게 꿈을 가르친다. 가난이 있기에 아이들은 꿈을 꿀 줄 알고 캄캄한 어둠을 뚫고 나가는 용기를 기를 수 있다. 그래서 가난한 집 아이들이 커서 누구 못지 않게 훌륭한 리더로, 기업의 CEO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