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 기업 프로야그룹이 자체 브랜드숍 '햅소드''로 한국 시장에 상륙한다. 지난 4월에는 한류스타인 송중기와 광고 모델 계약도 체결했다. 사진은 프로야 홈페이지
중국 화장품 기업들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중국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2010년 이전만해도 현지 기업들은 유럽과 미국, 한국, 일본 등에 밀려 존재감이 없었지만 지난해 시장 점유율 20위권에 6개 기업이 포진했다. "중국 업체는 기술력이 뒤쳐진다"며 무시했다간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는 A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프로야가 조만간 서울 명동이나 강남 등에 매장을 선보이고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중국 업체가 한국에 입성한다는 것은 2~3년 전만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화장품 기업이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리느냐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시장에 진출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며 "프로야를 시작으로 중국 기업들의 한국행이 잇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몸집을 키우는 업체도 있다. 중국 현지 1위 화장품 기업인 '상하이자화'는 최근 영국 유아용품 업체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국내 화장품 업체 리더스코스메틱 지분 인수를 검토한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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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위 기업 상하이자화는 시장점유율 2.2%로 아모레퍼시픽, 에스티로더, 존슨앤존슨보다도 높다. 색조를 뺀 스킨케어 부문에선 상하이자화, 자란그룹, 바이췌링 등 3개사가 10위 안에 들었다. 현지 3·4위 기업인 바이췌링과 한슈화장품은 2010년 점유율 각각 0.1%에서 지난해 1.6%, 1.4%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에 진출하는 프로야도 2010년 0.5%였던 점유율이 1.2%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K-뷰티' 열풍으로 수년째 약진하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계가 중국 업체들의 약진에 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홍콩 등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 24억5000만달러 가운데 40.6%인 9억9510만달러가 중국에 집중됐다. 홍콩(6억641만달러, 24.8%), 대만(1억671만달러, 4.4%)를 더하면 중화권 수출비중이 70%에 달한다.
김주덕 성신여대 메이크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폄하하다 큰 코 다칠 수 있다"며 "중화권에 집중된 화장품 업체들의 사업 역량을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으로 분산해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은설 국민대 평생교육원 뷰티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 낮출 수 없다면 지역별로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한류 열풍에 편승한 반짝 마케팅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