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지난 3월 8일 오전,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고 천경자 화백의 차녀) 변호인인 배금자 해인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에게 뜻밖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의 내용이다. 전화를 건 인물은 가나아트, 학고재 등 전국 주요 화랑 모임인 한국화랑협회 박우홍 회장.(동산방 대표)
배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일절 교류가 없던 박 회장이 대뜸 내게 전화해 언성을 높였다"며 "유족 대리인에게 편파적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작 시비는 미술 시장 불경기로 고민한다는 박 회장 근심을 깊게 만들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의 실추된 명예'를 두고 긴 세월 가슴앓이 해 온 유족 입장에서 '미술계 안정'은 뜬금없는 주제다.
김 교수 측은 "전문가 의견을 구한다는 얘기는 제 3자 의견을 빌어 과거처럼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려는 것"이라며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1991년 천 화백은 본인 작품으로 전시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작가 견해는 인정되지 않았고, 미술관 감정 의뢰를 받은 한국화랑협회가 진작 판정을 내렸다. 유족으로서는 '여론몰이'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미인도 위작 시비는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김 교수가 지난달 마리 관장 등 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저작권법 위반·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하면서다. 미술계는 당국의 해법을 기다릴 때다. 유족에게 압박을 가하는 듯한 행동이나 미술 시장을 위한다는 행동이 외려 볼썽 사나운 일이 될 수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