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마리 반려동물 유기…'펫파라치'라도 활용해야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6.06.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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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과태료 100만원' 부과 전무…유명무실 동물보호법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최근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크게 늘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을 가리켜 '펫팸족(애완동물(Pet)+가족(Family)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작년 기준으로 펫팸족은 100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일례로 최근 TV 한 프로그램에서 보도된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강아지 공장'의 실체는 많은 이들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반려동물들이 내버려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가 농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전국적으로 유기된 반려동물 수는 총 37만 마리에 달했다. 이는 전국에서 해마다 평균 7만4000마리, 하루 평균 200마리 가량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음을 뜻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최근 자료를 보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전국에서 유기된 반려동물 수는 총 8만2082마리로 하루 평균 224마리 이상이 버려졌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가 8만2900명이므로 지난해에만 서울시 출생아 수와 맞먹는 반려동물이 버려진 셈이다.



이렇게 버려진 반려동물 중 27%(13만마리)는 다행히 새로운 주인에게 분양되지만 25%(12만마리)는 안락사를 당한다. 결국 하루 평균 200마리의 반려동물이 내버려지고 이중 4분의1에 해당하는 50마리가 안락사를 당하고 있다.

이렇게 증가하는 유기동물에 대한 처리비용도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 해당 지자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유기 및 유실 동물의 발생에 따른 처리비용은 총 128억8000만원으로 전년대비 23.5%나 증가했다.

2013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반려동물 몸속에 인식칩을 내장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또한 동물 학대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되며, 방치 또는 유기할 경우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그럼에도 끔찍한 학대가 자행되는 불법사육장이 계속 운영되고, 또 매년 수만의 반려동물들이 계속 버려지는 건 동물보호법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은 만들어 놓았지만 정작 이를 강력히 시행할 의지를 찾아 보기 힘들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동물보호법에 의거해 징역 등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단 두 건 뿐이다. 게다가 이 경우도 반려동물을 무자비하게 학대하고 죽였을 경우이며, 동물보호법만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이나 재물손괴죄 등과 함께 적용받은 것이다.

게다가 반려동물을 유기했다고 하여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지금껏 전무하다. 지금도 하루에 200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지만 이를 막을 법적 장치나 단속이 미약한 상태다. 설령 단속에 걸렸다고 해도 현장에서 벌급 집행은 사실상 힘들다는 게 관련기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카파라치(교통법규 위반을 신고하는 파파라치)'나 '폰파라치(불법 휴대폰 보조금을 신고하는 파파라치)'처럼 '펫파라치(반려동물 유기시 신고하는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현행법상 유기동물 과태료가 100만원임을 고려하면 파파라치에게 건당 10만원만 지급해도 지자체에게도 남는 장사가 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반려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 변화이다. 불법 번식장이 판을 치고, 수만마리의 반려동물이 매년 버려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이 그만큼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요즘 시대에도 베이비박스에 매년 200~300명의 아이가 버려지고, 수십년째 입양아 수출국의 딱지를 못 뗀 나라에서 반려동물을 버리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리인지 모르겠다. 사람의 생명조차 귀히 여기지 못하는 사회에서 동물의 생명이야 뭐 그리 중하겠는가?

독일의 경우 2002년 '국가는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가진다'는 내용의 동물권을 세계 최초로 헌법에 명시하였다. 이는 동물이 물건이 아닌 생명이며, 생명은 마땅히 법으로 보호되어야 함을 명문화 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동물 수송 시 최소 28시간에 한 번씩 물, 휴식, 사료를 제공해야 하는 ‘28시간’ 동물보호법이 시행되고 있다. 또한 동물학대를 살인사건과 같은 주요 범죄로 간주하며 심지어 동물학대자의 신원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주도 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반려동물을 물건 정도로 취급하는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의 의식이 그만큼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선 '펫파라치'같은 변칙적인 제도에 의존하지 않고선 반려동물의 대량 유기를 막을 길이 없다.

이제 반려동물의 유기가 급증하는 여름 휴가철이 다가온다. 이때만이라도 제발 '펫파라치'를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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