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한우값 파동때마다 동원되는 '군대'

머니투데이 문성일 통합뉴스룸1부장 2016.05.26 13:32
글자크기

편집자주 술자리에서 부담없이 나눌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얘기를 담으려 합니다. 너무 어렵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문제제기를 해보겠습니다.

[광화문]한우값 파동때마다 동원되는 '군대'


2012년 1월. 한우가격 폭락에 항의하기 위해 전국 한우농가들이 1000여마리의 소를 끌고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 톨게이트 차단 등 경찰의 원천봉쇄에 막혀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한우농가들이 화가 난 것은 한우가격 폭락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한우협회에 따르면 암송아지 가격이 1년새 200만원대에서 90만원대로 떨어졌고 600㎏ 기준 수소는 500만원대에서 300만원대로 하락했습니다.



과잉생산이 문제였지만 사실 한우농가들이 지적했던 근본적인 문제는 한우가격은 폭락하는 반면, 사료값 등 소를 키우는 비용은 오히려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당시 사료값이 30% 가량 뛰었습니다. 결국 빚을 내서 사료를 사야 하는데 제때 사료를 주지 못한 소들이 굶어 죽는 상황까지 발생하니 한우농가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죠.

한우농가들은 정부에 수매를 요구했지만 당시 농림부는 "소 수매는 있을 수 없고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일부 축산 농가를 위해 국민의 혈세를 쓰는 집단이기주의는 안된다"고 밝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이후 정부는 유전자가 나쁜 암소를 도태시킬 때 주는 장려금 지급을 확대하고 군에 보급하는 돼지고기와 미국산 소고기를 한우와 국내산 육우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한우 가격 폭락 문제에 군대를 끌어들인 셈이죠.

4년여가 흐른 2016년 5월 현재 한우가격은 반대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번엔 한우 사육 마릿수 감소가 원인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1분기 한우 사육 마릿수는 247만8000마리로, 전년 동월에 비해 3.3% 감소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이달 현재 한우 1++등급 평균 도매가격은 ㎏당 2만257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나 뛰었습니다. 1+등급과 1등급도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상승하는 등 한우를 빗대어 '금우'(金牛)라는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당국은 이번에도 군대를 동원한다는 방침입니다. 병사들이 먹는 한우 고기량을 지금보다 10% 정도 줄이겠다는 겁니다. 대신 줄인 한우 물량을 닭고기나 계란 등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요. 2012년 당시 한우농가 사육 소는 305만마리였습니다. 이때 군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수요는 연간 4000마리로, 0.13%에 불과했습니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전체 병사들이 먹는 연간 한우는 3000톤 정도로, 여기서 10%인 300톤을 시중에 유통하겠다는 것입니다. 한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우가 약 26만톤임을 감안하면 0.12%에 그치는 양입니다. 과연 이 정도 양으로 한우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요.

차라리 나라지키는 군인들에게 적어도 지금 정도의 소고기 섭취를 유지시키고 다른 방안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