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자금사정 얼마나 안좋기에…협력사에 직원들도 '술렁'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배영윤 기자 2016.05.27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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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다행히 월급 들어왔네요" 직원 불안감 확산…올해 안에 차입금 1.5兆 감축 성사여부 주목

킴스클럽 매장킴스클럽 매장


"어제(25일) 다행히 월급이 들어왔네요. 이러다 월급까지 끊기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는데….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이랜드 A패션 브랜드 담당 직원)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보다 회사 빚이 더 많다는 소문이 파다해요. 일부 하청업체가 돈을 못 받아서 제품 납품을 안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이랜드 B패션브랜드 협력사 임원)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한창인 이랜드그룹의 자금 사정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사 결제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일부 매장에 제품 입고가 지연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직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랜드 자금사정 얼마나 안좋기에…협력사에 직원들도 '술렁'
◇자금 경색 어떤 수준이기에…직원들도 '술렁'=
이랜드그룹은 2000년대 초반만해도 중소 패션업체에 불과했지만 2004년 뉴코아, 2006년 까르푸를 인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0~2014년에는 5년간 24건의 기업 인수·합병(M&A)에 성공해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무리한 M&A가 발목을 잡았다. 외부 차입금이 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이다. 이랜드그룹 순차입금은 2014년 4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랜드 계열사들이 지난해 금융비용으로 지출한 금액만 25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그룹 자금줄인 국내와 중국 패션법인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신용등급 강등, 이자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이랜드파크는 BBB에서 BBB-로 각각 내렸다.

사정이 급해진 이랜드는 패션브랜드 '티니위니'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이는 위기설에 불을 지폈다. 한 이랜드 직원은 "티니위니는 이랜드를 대표하는 상징 브랜드인데 얼마나 사정이 안 좋으면 이것까지 팔겠냐"며 "월급이 제때 들어올 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고 업무 집중도 안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이랜드 직원은 "임원들이 작은 비용 지출에도 민감해 말단 직원까지도 사내 유동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을 체감할 정도"라며 "뚜렷한 해결책없이 위기상황이라는 메시지만 강조해 공공연하게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랜드의 한 중국 협력사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의 중국 사업이 많이 꺾였다"며 "한국에서는 값싼 제품을 중국에서만 비싸게 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랜드에 배신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엔 진짜 팔까?"…무너진 신뢰, 시장은 싸늘=이랜드는 올 연말까지 킴스클럽과 뉴코아 강남점을 매각하고 중국법인 사전기업공개(Pre-IPO)등을 통해 5조5000억원 수준인 차입금을 1조5000억원 안팎 줄일 계획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과의 킴스클럽 매각 협상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의 첫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 평가는 싸늘하다. 지난 10년간 IPO 진행과 철회를 반복한 전력 때문이다. 2004년 이랜드리테일 IPO를 전제로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가 상장하지 않았고 2008년에는 이랜드 중국법인 홍콩증시 상장을 앞두고 철회한 사례가 있다.

이랜드에 근무하다 다른 회사로 이직한 한 직원은 "사정이 어려울 때마다 IPO 계획을 발표했다가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영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이번에도 실제로 자산매각과 기업공개가 이뤄질 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연내에 1조5000억원 자금을 확보해 부채비율을 낮추겠다는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소문에 투자자들이 동요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소통에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랜드의 시장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인 흠집내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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