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법정관리…은행권 조선업 충당금 폭탄 '가시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6.05.26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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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STX조선 법정관리로 2조원 손실…조선업 익스포저 70조원, 부실화되면 충당금 수조원

채권단 자율협약을 받았던 STX조선해양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행이 사실상 정해지면서 조선업에 대한 은행권의 충당금 폭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조선업에 대한 은행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대출+신용보증)가 70조원이 넘어 현재 '정상'인 건전성 분류가 '요주의'로 강등되면 은행권은 4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충당금 폭탄'을 맞게 된다. 당장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은행권은 2조원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STX관계사의 동반 법정관리때 국내은행이 2조원 남짓의 추가 손실을 본다고 25일 밝혔다. STX조선의 은행권 익스포저는 5조8000억원인데 대부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 3개 은행에 몰려 있어 이들 은행의 손실규모도 크다.

채권단은 STX조선에 대해 '고정' 또는 '회수의문'으로 분류해 익스포저 절반 정도를 충당금으로 쌓아놓았지만 법정관리행으로 추가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특히 1조2000억원의 RG(선수금환급보증) 부담이 크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선주들이 선수금환급을 요구해 은행들이 선수금을 대신 갚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1분기에 조선과 해운업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NH농협은행이 STX조선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행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RG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3분기에만 법정관리행이 정해지더라도 4200억원의 RG 중 2900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

성동조선,대선조선, SPP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도 위태롭지만 은행권 추가 충당금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익스포저가 STX조선에 비해 적고 충당금도 이미 많이 쌓아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대우조선 등 조선 '빅3'마저 부실화되면 은행권의 충당금 부담은 급격히 불어난다. 은행권의 조선업 익스포저는 71조2000억원 이상이다. 대우조선해양이 22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이 17조5000억원, 삼성중공업이 14조40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익스포저는 각각 5조2000억원, 4조3000억원에 이른다. 은행권은 한진중공업에 대해서도 1조2000억원의 익스포저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중소 조선사까지 합치면 은행권의 조선업 익스포저는 70조원을 훌쩍 넘는다.

은행권 대부분은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 '빅3' 익스포저를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배를 팔든, 빚을 내든 상관없이 이자를 꼬박꼬박 낸다는 이유다. 그동안 쌓아놓은 충당금도 많지 않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에 대해 보수적으로 보고 충당금을 많이 쌓았지만 건전성 분류는 KB국민은행만 '요주의'일 뿐 다른 은행은 모두 '정상'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에 이어 은행권 전체가 대우조선을 '요주의'로 강등하는 경우 최소 1조4000억원, 최대 4조4000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대우조선 익스포저가 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최대 1조2000억원, 2조4000억원의 추가 충당금 부담이 생긴다.

대우조선보다는 비교적 상황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부실화되면 은행은 고스란히 충당금 폭탄을 맞아야 한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포함) 익스포저는 현재 '정상'이지만 '요주의'로 강등되면 은행은 최소 2조5000억원, 최대 7조9000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 등 조선 빅3가 부실화되면 충당금 부담이 커지지만 당장 조선업 익스포저를 요주의 등으로 강등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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