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맨부커상' 수상, 교보생명이 미소짓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6.05.26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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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의 대산문화재단, 한강의 '채식주의자' 英 출판 후원…한국문학 세계화 지원 결실 맺어

사진=이기범 기자사진=이기범 기자


소설가 한강(사진)씨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교보생명이 남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가 영국에 소개되는 데 교보생명의 대산문화재단이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대산문화재단은 한국문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뜻에 따라 지난 1992년 교보생명이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국내 유력 종합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을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25년째 한국문학의 번역·연구·출판지원, 외국문학의 번역지원, 국제문학포럼, 대산창작기금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한씨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영국에 소개된 데에도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영국의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옮긴 '채식주의자'를 영국 출판사인 포르토벨로가 펴낼 수 있도록 출판 지원을 한 것이다.

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통상 처음 소개되는 작품의 경우 출판된 후 얼마나 팔릴 지 모르기 때문에 출판사가 공모를 통해 출판지원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채식주의자는 대산문화재단에서 전액 출판비용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대산문화재단은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4개 언어권뿐만 아니라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등 전세계 언어권으로 번역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번역·출판을 지원한 작품은 480여 건, 해외에 출판된 작품은 280여 건에 이른다.

한씨 뿐만 아니라 고은·황석영·조정래·이승우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주요작품이 각국 언어로 출간될 수 있도록 지원해 한국문학을 전세계에 알려왔다.
광화문글판/사진=교보생명광화문글판/사진=교보생명
한씨는 또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내걸리는 이른바 '광화문글판'의 문안선정위원으로도 활동하며 교보생명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2013년부터 4년째 참여하며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주옥같은 글귀를 선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로 2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광화문글판의 글귀는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인, 소설가, 카피라이터,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와 시민이 함께 뽑는다. 현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 내걸린 '봄이 부서질까봐/조심조심 속삭였다/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최하림 '봄')는 한씨가 추천한 글귀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묵묵히 우리 문학을 후원해 온 것이 좋은 결실로 이어져 기쁘다"며 "앞으로도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 등을 통해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데 다양한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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