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석유 공급부족이라고?" 8개월만에 뒤집힌 사연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2016.05.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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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해 9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세계 석유시장이 심각한 공급과잉에 처해 있어 국제유가는 최악의 경우 배럴당 2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아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석유 공급과잉 현상은 2016년 말까지 해소되지 않을 것이며 그때까지 국제유가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석유 공급과잉 문제는 지난 2년간 꾸준히 제기돼 왔던 이슈여서 갑작스레 문제가 될 게 없었다. 국제유가도 2014년 중반 배럴당 100달러에서 이미 50달러 선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불길한 전망은 국제유가의 추가 폭락을 촉발했고 급기야 올해 1월 배럴당 30달러 선이 깨졌다. 2월엔 20달러 중반 대까지 하락해 골드만삭스의 저주(?)가 현실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골드만삭스가 지난 15일 갑자기 석유 공급과잉 현상이 이달 들어 사라졌으며 심지어 공급부족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어 석유 공급부족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국제유가는 올 하반기에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불과 몇개월 전 만해도 공급과잉이었던 터라 지금 갑자기 공급부족이라고 하는 걸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국제유가에 대해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해 왔던 터라 사람들은 무엇이 골드만삭스로 하여금 기존 전망을 180도 뒤집게 만들었는지 궁금해 했다.


석유 공급과잉이 갑자기 사라진 배경엔 나이지리아와 캐나다의 산유량 감소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선 니제르삼각주 분쟁으로 여러 송유관과 원유터미널 시설이 파괴돼 하루 산유량이 140만 배럴 미만으로 줄었다. 20여년 만의 최저치다.

캐나다는 최근 수 주간 지속된 산불로 산유량이 하루 100만 배럴 줄었다. 전체 산유량의 20%가 넘는 수준이다.

사실 국제유가는 골드만삭스의 갑작스런 태도 변경 이전에 이미 바닥을 치고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1월말 최저점 이후 국제유가는 80% 가까이 올라 배럴당 50달러 선에 육박한 상태다.

그런데 이번에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이후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해 배럴당 60~70달러까지 오를 수 있느냐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배럴당 20달러 전망 보고서 이후 국제유가는 추가로 50%가량 하락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8개월 만에 세계 석유시장 공급 현황을 180도 다르게 발표한 건 분석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세계 석유시장의 변동성이 1년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 대다수의 소비자들 머릿속엔 국제유가가 수십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정보가 깊숙이 박혀 있다. 그러나 언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라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지 모른다. 골드만삭스를 놀라게 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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