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않겠다"는 박시장…옥바라지골목 개발 중단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16.05.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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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충분한 협의 거칠 때까지 철거 중단" vs 조합측 "재논의하겠지만 월권 행위"

18일 서울 종로구 무악동 무악2구역 현장에 철거를 위한 펜스와 가림막이 설치돼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18일 서울 종로구 무악동 무악2구역 현장에 철거를 위한 펜스와 가림막이 설치돼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거를 막겠다"는 발언으로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지구 재개발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조합측은 일단 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철거를 중단키로 했다.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보상 문제 등으로 이해 관계자들과 소송전까지 갔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합측과 지자체는 합의점을 찾겠다면서도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해온 개발 사업에 시장이 개입한 것은 월권행위에 해당 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철거 않겠다"는 박시장…옥바라지골목 개발 중단 가능할까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악2구역지구 재개발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서울시청을 방문해 시 관계자들을 만났다. 전날 박 시장의 철거 중단 선언에 대한 조합의 입장을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1시간 가량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조합측과 시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2013년 2월 만든 강제철거 등 행정대집행 인권 매뉴얼대로 사전협의체 5회 운영과 자치구 주도의 도시분쟁위원회를 열어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는 철거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시 담당 과장은 "무악2구역 재개발은 철거 등에 따른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지자체인 종로구와 조합 측에 충분한 협의 진행을 여러 차례 말해왔었다"며 "이행하기 전까지 공사는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과 지자체인 종로구는 반발했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 법원이 명도소송 승소 판결을 내렸고 자진퇴거를 요청하는 예고장을 보내는 등 절차에 따라 진행해 왔다"며 "박 시장의 행동은 위법 행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입자를 포함해 335가구 중 현재 2가구가 이주를 반대하고 있다"며 "매월 사업 이자 비용만 2억원이 드는데 이번 공사 중단으로 전체 조합원들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악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2010년 조합인가를 받은 후 지난해 6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부터 이주·철거를 시작해 오는 7월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다. 총 195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오는 8월 일반 분양한 뒤 9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합은 우선은 시의 요구대로 강제 철거를 중단하고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재논의키로 했다. 당장 내일 종로구 주재로 반대하는 주민들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다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종로구 관계자도 "그동안도 협의체를 통해 보상 등에 대해 수차례 논의해왔는데 의견 차이가 너무 커 오히려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며 "관리처분 인가까지 받은 사업장이어서 법과 원칙대로 공사를 진행하는 게 맞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말한 행정 지침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닌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며 "법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무악2구역 재개발지구는 옥바라지 골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1920년대 서대문형문소가 생긴 이래 독립운동가 가족이 옥바라지를 한 곳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옥바라지 골목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증거가 없다며 주민들 간에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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