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오늘…단군 이래 '최대규모 금융사기' 밝혀지다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2016.05.04 05:59
글자크기

[역사 속 오늘] 검찰 '어음사기 혐의' 이철희·장영자 구속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34년 전 오늘…단군 이래 '최대규모 금융사기' 밝혀지다
1980년대 초반 많은 기업은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고액 사채를 썼다. 당시 수백억원의 자금으로 증시와 사채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던 장영자는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회사에 솔깃할 법한 제안을 들고 접근한다.

장씨는 △차입한도 100억~200억원 △연리 22% △2년 거치 3년 상환이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대출조건을 내세웠다. 특히 그는 전 중앙정보부 차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남편 이철희(당시 59세)의 경력을 언급하면서 "특수자금이니 비밀을 지키라"는 말로 입단속을 시켰다.



그는 당시 최고권력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이순자 여사의 삼촌)인 이규광(당시 광업진흥공사 사장)의 처제기도 했다. 이철희·장영자 부부는 이런 배경을 활용해 6개 기업에 대출을 해준다.

이들 부부는 기업들에 차입금의 2배에 해당하는 약속어음을 담보로 교부해달라고 요청한 뒤 이 어음을 사채시장에서 할인해 현금화하거나 다른 회사 어음과 교환해 할인했다.



그들은 이렇게 모은 돈을 주식시장에 투자하거나 재차 기업에 빌려주고 어음을 받는 거액의 사채놀이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장영자·이철희 부부는 실제로 빌려준 돈보다 몇배나 되는 돈을 벌게 된다.

장씨에게 자금을 빌린 기업은 △공영토건 △일신제강 △라이프주택 △삼익주택 △태양금속 △해태제과 등이었다.

결국 36년 전 오늘(1982년 5월4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외국환관리법 위반혐의로 이철희·장영자 부부를 구속했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명동 암달러시장과 캘리포니아에서 80만달러를 모았다고 발표했지만 조사과정에서 이들의 광범위한 사기행각이 하나씩 드러난다.


이중 공영토건엔 빌려준 현금의 9배나 되는 1279억원의 약속어음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들이 사채시장에 유통시킨 어음은 6400억원 규모인데 이가운데 약 1400억원을 착복한다.

이들 부부가 구속되면서 사기행각이 하나씩 밝혀지자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로 불릴 정도로 사회 각 분야에 엄청난 파문이 몰아쳤다. 장씨는 "경제는 유통이다"라는 유명한 말로 자신의 사기행위를 항변했다. 하지만 대출받은 기업에 어음 상환 요청이 들어왔고, 일신제강과 공영토건이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났다.

청와대 배후설이 퍼진 가운데 이철희·장영자 부부를 포함해 은행장 2명, 기업인 6명, 사채업자 3명 등 29명이 구속됐다. 11개 부처 장관을 포함해 많은 공직자가 경질되기도 했다. 금융거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시중 자금 흐름이 마비돼 한국은행이 긴급자금 1000억원을 방출하기도 했다.

법정 최고형인 15년형을 선고 받은 이철희·장영자 부부는 10년 가까운 옥살이 끝에 풀려났다. 하지만 장씨는 1994년 100억원대 어음 사기사건으로 구속돼 복역했고, 2001년 5월에도 220억원대 구권화폐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되면서 다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