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어디까지 '스마트'해 질 것인가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6.05.0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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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프레데리크 마르텔 '스마트(SMART)'…전 세계 디지털 문명의 현주소에 대한 보고서

세상은 어디까지 '스마트'해 질 것인가


#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알토에 있는 AOL 본사 건물 1층의 한 사무실. 인터넷에 연결된 러닝머신 위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뛰고 있다. 출근 전인 새벽 6시, 혹은 눈치를 보며 퇴근을 한 저녁 7시가 아니다. 한참 업무를 해야 할 시간인 낮, 직원들은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 워킹을 하면서 머신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엑셀 시트를 열어보고, 이메일을 보내고, 메모를 작성한다.

#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캠퍼스에 있는 커다란 디지털 지도 위에는 작은 파란 불빛 수천 개가 깜빡인다. 거래 한 건이 성사될 때마다 불빛 하나가 실시간으로 점등된다. 이 지도만 봐도 알리바바의 거래가 어디서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주로 동부 연안 지대, 동중국해 부근의 베이징에서 광저우에 이르는 지역을 중심으로 불빛이 반짝인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의 미래가 아직 밝은 이유다.



작가이자 학자이며 '전방위적 지식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프레데리크 마르텔의 새책 '스마트'는 부제처럼 '전 세계 디지털 문명의 현주소에 대한 보고서'다.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하는 이 책의 '스마트'한 여정은 항저우, 멕시코시티를 거쳐 가자지구로 이어진다. 저자가 직접 현지를 다니며 그곳에서 가장 스마트하게 살고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뒤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본 것과 함께 버무렸기 때문에 더욱 생생하다.

이 책은 막연하게 세상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향해 진화하고 있으며, 문화적·언어적 차이도 사라져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현재 최첨단을 달리는 IT 기업들과 인재들이 그려가는 지도는 이 막연한 상상 속 세상과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지역 기반으로 운영되는 SNS에서 미래를 보고, 영역별 통합이 아닌 분리를 통해 성공을 이끌어내는 사업자들이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콜롬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베트남, 타이, 케냐, 모로코 등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이 엄청난 디지털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들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선진국이 겪었던 과정을 경험할 필요가 없으며, 이미 갖춰진 기술적 기반을 바탕으로 19세기에서 21세기로 점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믿을 것인지, 아니면 구글과 페이스북이 그리는 미래를 믿을 것인지는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이 책에 나오는 50개 국가의 스마트 현주소를 보면서, 서울의 현재는 어디 쯤에 있고 자신은 어디쯤에 있는지를 파악해 보는 것도 개인의 몫일 것이다.

◇스마트(전 세계 디지털 문명의 현주소에 대한 보고서)= 프레데리크 마르텔 지음. 배영란 옮김. 글항아리 펴냄. 596쪽/ 2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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