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로잡은 40년 '인연'…대림, 10조 '잭팟' 터뜨렸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6.05.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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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가계약 체결 진행되면 해외수주 목표액 '초과달성' 기대↑

대림산업은 지난 2010년 이란의 경제제재 조치 이후에도 이란 현지서 공사가 진행 중인 사우스파 가스 플랜트 12단계 공사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테헤란 지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했다. /사진제공=대림산업.대림산업은 지난 2010년 이란의 경제제재 조치 이후에도 이란 현지서 공사가 진행 중인 사우스파 가스 플랜트 12단계 공사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테헤란 지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했다. /사진제공=대림산업.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의 이란 방문에서 가장 큰 수주 성과를 낸 대림산업 (53,400원 ▲100 +0.19%)(이하 대림)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먼저 이란에 진출해 현지에서 잔뼈가 굵다. 이번에 총 86억달러(한화 약 9조8000억원)규모 신규 수주로 경제사절단 동행기업 중 최대의 실적을 내 이란에서 위상을 입증했다.

건설업계는 대림이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이란 시장에서 고비마다 철수하지 않고 장기간 성과를 쌓아온 결실을 맺을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림이 신규 수주 외에 과거 중단했던 프로젝트 재개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부진에 시달리던 업계 해외수주 숨통을 틔우는 선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우리 기업은 한·이란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동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는 이란에서 최대 52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는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인프라 사업에서 대림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대림은 △박티아리 수력발전 댐(19억달러) △이스파한~아와즈 철도(53억달러) 프로젝트의 가계약을 다음달 중 체결할 예정이다. 이란 수력개발공사(IWPC)가 추진하는 박티아리 수력발전 댐은 실질적인 첫 번째 수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랜트 부문에서도 △NGL-2300(천연가스액 플랜트) 건설사업(9억달러) △잔잔·네이자르·바프 가스복합발전소(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대림에너지, 각 4억~5억달러) 등이 수주 가시권이다.

대림은 신규 수주와는 별개로 △천연가스액화플랜트 건설사업(40억달러) △에스파한 정유시설 증설사업(20억달러) 등 과거 중단됐던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의 이 같은 성과는 지난 1962년 우리나라와 이란이 수교를 맺은 후 가장 먼저 현지에 진출해 장기간 공을 들인 결과라는 평가다. 대림은 1975년 5월 이란 이스파한의 군용시설 토목공사를 시작으로 이란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 40여년간 26건, 총 45억5000만 달러 규모의 현지 공사를 수행했다. 국내 건설업체 중 가장 많은 수주 실적이다. 대림은 이란의 정치·경제가 불안한 상황일 때도 중도에 공사를 중단하거나 인력을 철수시키지 않고 끝까지 공사를 완공하는 '의리'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1984년 4월부터 1990년 8월까지 진행된 캉간 가스정제공장 건설공사는 대림이 현지 시장에서 신뢰를 받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란 국영석유회사에서 발주한 이 공사는 해발 734m 고원지대에 천연가스 일산 3400만㎥를 정제하는 공장 건설 사업이었다. 당시 이란·이라크전이 터졌고 1988년 이라크군이 상공에 나타나 무차별 총격과 폭격을 가했다.

직원 13명이 숨진 중대 사고였지만 대림은 공사를 포기하고 철수하지 않고 끝까지 시공을 마쳤다. 당시 사내에서도 철수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었지만 어렵게 개척한 시장을 지키고 수주한 공사를 완공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이후 대림은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우리나라 최대 댐인 소양강댐의 10배 크기에 달하는 전력용량 200만kw의 이란 사상 최대 토목공사인 카룬댐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등 현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연이어 냈다.

대림은 지난 4년간 이란 경제제재 중에도 운영을 유지해 온 테헤란지사를 필두로 수주 선점에 주력, 국내 건설사 중 연내 첫 본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림 관계자는 "경제제재가 풀리면 국가 정비에 필요한 도로·철도·항만·댐·병원 등 토목·건축 인프라 시설 공사와 주택 건설 공사가 대거 발주될 것으로 보고 수주 전략을 짜는 등 미리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란뿐 아니라 사우디, 아시아 지역에서 수주도 청신호가 켜졌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대림이 가계약 체결 예정인 우리 돈 8조원 규모 수주를 감안하면 올 해외수주 목표액 4조8000억원 2배 초과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대림은 사우디, 쿠웨이트에서 진행하던 13개 모든 현장이 적자를 내던 2013년과 달리 해외사업 위험도 크게 하락했다"며 "사우디, 아시아 등에서도 수주를 추진 중"이라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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