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불법체류 난민 보호조치' 조항 헌법소원 각하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6.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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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즉시 해외로 내보낼 수 없을 경우 보호시설에 두도록 한 옛 출입국관리법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옛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에 대해 재판관 5(각하)대 4(반대)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조항은 여권이 없거나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즉시 해외로 송환할 수 없을 경우 송환이 가능해질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이란 국적 외국인 A씨가 2013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겨 보호처분이 해제됐다는 점을 각하의 사유로 들었다. A씨가 헌법소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제 이익이 없어 심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반대 의견을 낸 이정미·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은 A씨의 이익과 관계없이 이 조항이 위헌일 수 있는 만큼 심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조항은 보호기간에 상한을 두고있지 않아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무기한 보호조치에 처해질 수 있다"며 "자신이 언제 풀려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그 자체로 심각한 정신적 압박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민신청자는 입국에 관한 법적 경로를 따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들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때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 조항은 난민신청자가 장기 구금을 감수하거나 난민인정 신청 절차를 포기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보호조치가 체포나 구속처럼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데도 그 타당성을 심사할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이들은 "검사의 신청, 판사의 발부라는 엄격한 영장주의는 아니더라도 외국인 보호의 타당성을 심사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제도는 보호의 개시·연장 단계에서 제3의 독립된 중립 기관이나 사법기관이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각하 결정에 동의하면서도 보충 의견을 통해 이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호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에게 도주의 가능성이나 잠재적 위험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난민신청자라고 해고 달라지지 않으며 본국으로 송환될 때까지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지적대로 보호기간에 상한을 둘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외국인이 부당하게 장기 구금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실정에 맞는 보호기간을 설정해야 한다"며 "보호기간이 3개월을 넘겼을 때 이를 연장할지에 대한 판단을 사법부가 심사·결정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편 A씨는 1997년 입국해 불법체류하던 도중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인정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가 2012년 재차 난민인정신청을 내자 사무소는 A씨를 보호시설에 수용하고 강제퇴거·보호명령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강제퇴거·보호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사무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던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기각되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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