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국책은행 자본확충 인식공유"..각론은 달라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세종=박경담 기자 2016.05.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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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대립 양상 진화...태스크포스회의서 실무 논의

정부와 한국은행이 선제적 구조조정에 대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필요성과 함께 정부재정과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그동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을 놓고 대립하던 인상을 줬던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실무협의체인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각론에서 여전히 양측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4일부터 시작되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간 국책은행 자본확충 TF회의에서는 격론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2일 기재부와 한은 등에 따르면, 양측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방을 벌였던 방식 대신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한 방안을 논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이주열 한은총재가 이날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에 참여해 관계기관과 추진방안을 충분히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집행간부회의에서 말한 것이나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기본적으로 정부와 한은간 신속한 구조조정에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하겠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이 총재가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라는 것을 수용한 것은 아니다. 한은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기존의 한은법 테두리 내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겠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최 차관 역시 “구조조정은 다른 말로 손실분담이며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정부든 한은이든 간에 국민세금을 어떻게 쓰느냐의 이슈로 신중해야 한다”며 발언의 톤을 낮췄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금융부장들과의 오찬에서 “국가적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중앙은행이 적극적 역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보다는 수위가 낮다.


앞서 유일호 부총리가 지난 1일 “가능한 재정과 통화정책 수단의 조합을 생각해보고 있다”며 “폴리시 믹스(정책조합)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 역시 한은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로 읽힌다. 정부는 한국전력 주식 등 보유재산을 현물출자해 한은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실업이나 유휴설비 활용방안에 대해서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당장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시급한데 현실적으로 정부 재정투입에는 국회동의 등 절차적 한계가 있으니 국회를 거치지 않는 한은의 수은출자와 신종자본증권 등 대응책을 협의하고 추후 한은법을 고치는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라면서 ”TF에서는 이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TF에서는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규모 역시 주요하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은 안팎에서는 구조조정의 범위나 속도, 방식에 따라 자본확충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 구조조정 방향과 손실분담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결정돼야 각 국책은행마다 얼마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며 “추후 국책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어느 수준으로 맞출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산은과 수은의 BIS 비율은 각각 14.28%, 10.04%로 시중은행 평균인 14.85%보다 낮다.

정부가 우려하는 건 해운업과 조선업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해운업과 조선사 대상 여신은 각각 8조 3800억원과 12조 8467억원이다.

특히 정부는 조선업, 그 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이 관건으로 보고 있다. 산은이 4조원, 수은이 9조원을 각각 빌려줬는데 대손충당금은 한 푼도 쌓지 않아 대우조선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자본확충 규모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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