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소송'…"편리하지만 나홀로소송 만능키 아냐"

머니투데이 한정수 변호사(한변의 법률사무소) 2016.04.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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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서귀포 한변의 나홀로소송 전략]③ 나홀로소송과 전자소송의 현재와 한계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 메인 화면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 메인 화면





◇ 전자소송, 소송 접수 송달 열람에서 공간적 한계 제거


누구나 전자소송이라는 말을 적어도 한번 정도씩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자소송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계신 분은 드문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소송은 대한민국 법원이 운영하는 전자소송시스템(http://ecfs.scourt.go.kr)을 이용하여 소를 제기하고 소송절차를 진행하는 재판방식을 말합니다. 전자소송시스템을 이용하면 소장 등 각종 소송서류를 온라인을 통해서 접수하고, 소송서류의 송달도 온라인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되며, 온라인을 통해서 언제든지 소송기록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종전에 진행되던 소송의 형태는 전자소송에 대비하여 종이소송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즉, 전자소송은 소송서류의 접수, 송달, 열람에 있어서의 공간적인 한계를 제거하는 역할을 할 뿐이고, 소송진행의 전체적인 큰 틀에 있어서는 종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결국 전자소송은 통신수단 발달의 산물에 불과합니다.

◇ 작년 전자소송 1심 합의사건 비율 61.7%…형사사건, 전자소송 아직 미시행



전자소송은 특허 사건(2010년 4월26일)부터 시작돼 민사, 가사·행정, 보전처분, 회생·파산, 시·군 법원, 민사집행·비송 사건으로 점진적으로 확대 시행돼 왔습니다. 다만 형사 사건은 아직 전자소송이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자소송은 첫 시행 이후 빠른 속도로 확대돼 민사사건의 경우 2015년에 이르러 전체 접수 사건 가운데 전자소송의 비율이 1심 합의사건은 61.7%, 1심 단독사건 47.1%, 1심 소액사건 55.5%, 항소심 사건은 34.7%에 달했습니다.

머잖아 대부분의 사건은 전자소송이 차지하게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 "전자소송, 소송 패러다임 변화 가져올 것"

전자소송은 소송서류의 접수, 송달, 열람 등에 있어서 직접 법원에 방문하거나 우편을 통하여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는 등 소송당사자에게 절차적인 편리함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저는 전자소송이 변호사 업계에 대해서는 그 정도 편리함을 넘어서 패러다임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종전의 종이소송의 방법에 의하면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고 서류를 복사해 오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였습니다. 종전에는 변호사 혼자서 소송서류의 작성 외에 위 업무들까지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변호사가 자신을 도와줄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당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변호사 혼자서도 충분히 위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종전에는 법원에 자주 갈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변호사 사무실이 법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으나 이제는 법원에 직접 갈 필요가 감소함에 따라서 점차 변호사 사무실의 공간적 한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저처럼 시골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설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전자소송은 또 자료가 파일 형태로 정리되므로, 변호사와 고객과 사이에 각종 정보와 자료도 직접 만나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 파일의 형태로 주고받는 것이 편리하게 되었습니다. 종전에는 변호사 사무실이 소송기록들로 가득 차 있었으나 이제는 컴퓨터, 모니터, 복합기, 휴대폰, 참고서적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즉, 넓은 사무실도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준비서면 등 각종 소송서류의 작성방법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예컨대, 상대방의 주장 내용을 반박하기 위하여 상대방 주장을 인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 상대방의 서면의 전자파일에서 필요한 부분의 문장을 마우스로 지정하여 복사한 후 서면에 복사해 넣기 편리하게 되었으며, 증거서류에서 필요한 부분을 그림 파일의 형태로 복사하여 소송서류의 필요한 부분에 삽입한 후 그에 관한 설명을 붙이기 쉽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소송서류의 내용을 훨씬 입체감 있고 구체적으로 꾸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에 따라 판결문의 분량도 점차 길어지는 추세입니다.

◇ "전자소송, 나홀로소송에서 만능키 아냐"

소송 외에도 모든 거래관계에 있어서 통신과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거리상의 장벽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같은 시간대에 회의에 참여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닙니다.

전자소송도 머지 않은 장래에 변론기일도 인터넷, 화상통화 등의 기술을 이용하여 온라인상에서 ‘사이버법정’에서 진행되는 형태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러나 전자소송이 나홀로소송에 있어서 만능의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민사소송에 있어서 당사자주의와 변론주의의 원칙이 그 기본원리로 적용되는 이상, 결국 소송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이 소송의 결과를 좌우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장과 입증은 각종 법령이나 판례에서 요구하는 요건에 맞추어 법원에 제출하는 각종 소송서류로써 특정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재판의 현실입니다.

사실 이러한 작업은 소송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벅찬 일입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자소송은 절차적인 측면에서 소송당사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에 지나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법은 소송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임에 틀림없지만, 아직도 소송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변호사의 도움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제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는 누구나 쉽고 싸고 당당하게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시기입니다.

'전자소송'…"편리하지만 나홀로소송 만능키 아냐"
한정수 변호사는 15년간 법무법인 율촌에서 근무하다가 서귀포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한변의 법률사무소'라는 1인 법률사무소를 개설했다. 법률서비스의 새로운 대안을 통해 전국 각지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로펌 중국사무소 대표를 맡기도 했던 중국전문가로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선 나홀로소송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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