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란이 정녕 韓건설업 '기회의 땅' 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6.04.29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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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란이 정녕 韓건설업 '기회의 땅' 될 수 있을까


건설업계는 다음달 1일 236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이란을 국빈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란 경제제재가 풀린 후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재건사업의 과실을 우리기업이 얼마나 따 먹을 수 있느냐 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는 때문이다.

정부는 일찌감치 이란을 '하나 남은 기회의 땅', '중동 마지막 블루오션' 등으로 부르며 건설업계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최대 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조원에 육박하는 수주가 대통령 이란 방문과 동시에 성사될 것이라는 소식이 정부로부터 흘러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이란 경제제재에도 우리기업 일부가 바로 철수하지 않고 공사를 마무리한 데다 현지에서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기업의 수주 경쟁력을 낙관하는 듯 보인다.



기업들도 절박하긴 마찬가지다. 올 초부터 주춤하는 국내 주택시장과 경기 침체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해외 사업 등 어려움을 돌파할 창구로 너도나도 이란을 꼽고 있다.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선 데다 기업들도 이란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기 때문에 조만간 대규모 수주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업계 일각에선 이란 수주 경쟁이 결국 '요란한 빈 수레'로 끝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속력 있는 본계약이 아닌 양해각서, 가계약을 마치 수주가 이뤄진 것 마냥 공개하는 행태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업 입장에선 다른 경쟁업체에 계약을 빼앗길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또 막강한 정부의 자금지원을 토대로 소리 없이 현지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는 중국에 비해 우리 정부는 과거 네트워크나 한류 같은 막연한 기대로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결국 시장에서 수주 성과를 내고 살아남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 저가수주 경쟁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걸 알면서도 당장 뭐라도 보여주기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호황을 누리다 하루아침에 바닥까지 추락한 조선업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세계경기 침체로 위기에 직면한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건조공사가 '마지막 기회'라며 수조원대 공사를 덥석 덥석 수주했지만 결국 막대한 손실만 남아 회사 존립을 걱정할 지경에 이르렀다.

건설업도 앞으로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 높은 부채율과 해외사업 손실 등으로 상시적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마지막 기회' 이란에서 조선과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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