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벛꽃으로 흰그림자를 드리웠던 소백의 산은 지금쯤 붉게 물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5월의 소백을 찾는 여행자들이라면 하늘에 가장 가깝게 닿은 땅, 오래묵은 이끼와 낙엽 밑에서 생을 마무리하고 있는 봄전령사들에게 안부를 물어주시오.
누군가 꽂아준 머리꽃핀이어요
죽어서도 머리에 꽃핀을 꽂고 있다니
살았을 때 어지간히나 머리핀을 좋아했나봐요
제비꽃 머리핀이 어울릴 만한
이생이 사람 하나 내내 생각하며 돌아오는데
이생의 그분처럼 시들고 있어요
- 공광규, '제비꽃 머리핀' 전문(담장을 허물다, 창비, 2013)
소백산 비로봉 가장 가까운 곳, 즉 소백산 가장 높은 곳에 사는 노랑제비꽃. 봄꽃이 막 피던 4월 중순경이라 비로봉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20160416/사진=신혜선. 갤럭시S6
소백산 1400미터, 가장 높은 곳에 피는 꽃은 비로봉 아래 군락을 이룬 주목 나무 꽃이다. 그 높은 곳의 가장 낮은 땅에 피는 꽃은 노랑제비꽃이다. 도심에서 절대 볼 수 없는 노랑제비꽃은 맑음의 상징이자 소백의 봄 얼굴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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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소백산 전체를 붉게 물들 철쭉에 가려져 그 빛도 사라지겠지만, 서운해 할 일은 아니다.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안도현, '제비꽃 편지')처럼 때가 되면 가고 다시 오는 게 야생화다. 그럼에도 두 계절을 보내는 제비꽃의 생명력이라면 아직 만날 수 있을 듯하다. 화려한 붉은색에 감탄만 하지 말고 철쭉 무리 밑동을 살펴 안부를 물어주면 좋을 터.
2016.04.16. 소백산 정상 비로봉 가는 길목의 노랑제비꽃. 노랑제비꽃은 도심서는 절대 볼 수 없거니와 높은 산에서만 사는 야생화다. 꽃 뒷면은 주황색 빛을 띈다. /사진= 신혜선. 갤럭시S6
민둥뫼제비꽃 - 둥근털제비꽃 - 고깔제비꽃 - 남산제비꽃 - 노랑제비꽃(사진 왼쪽부터) /사진=신혜선. 갤럭시S6
잔털제비꽃 - 태백제비꽃 - 뫼제비꽃 - 알록제비꽃 - 졸방제비꽃(사진 왼쪽부터) /사진=신혜선. 갤럭시S6
맑은 청색의 현호핵(왼)과 갈퀴현호색. 갈퀴현호색은 꽃앞쪽에 삐죽삐죽 가시같은 솔기가 돋았다. 20160416/사진=신혜선. 갤럭시S6
4월 소백산을 갔을 때는 이제 순이 올라온 상태라 아쉽게도 꽃대조차 구경 못 했다. 7~8월에 한창 피는 여름꽃이라 지금쯤이면 진한 초록 바탕 위로 기다란 꽃대가 올라와 있을 듯하다.
깊은 산에 사는 박새도 소백산에 군락을 이뤘다. 4월 중순 산 곳곳에는 아직 꽃대가 올라오지 않은 박새가 무리를 지어있다. 5월 이후에는 꽃대가 높이 올라와 이르면 연한 노란빛에 가까운 꽃을 볼 수 있다. 사진은 소백산 천동 계곡의 박새. 20160416/사진=신혜선. 갤럭시S6
소백산은 봄부터 겨울 상고대까지 4계절 꽃이 넘치는 곳이다. 노랑제비꽃과 모데미풀 등 소백산의 대표 주자 외에도 여러 봄꽃이 반겨줄 것이다. 애기괭이밥, 처녀치마, 바람꽃, 산괴불주머니, 개감수, 자주독두리풀, 솜나물, 연복초 등 봄꽃이 수십 종 어울려 산다.
큰개별꽃 vs 개별꽃. /사진=신혜선. 갤럭시S6
애기괭이눈 vs 흰괭이눈 vs 선괭이눈(사진 왼쪽부터) /사진= 신혜선. 갤럭시S6
삿갓나물(왼쪽이 핀 모습). 꽃대가 막 올라오려 한다.
/사진=신혜선. 갤럭시S6
/사진=신혜선. 갤럭시S6
세잎양지꽃 vs 양지꽃 /사진=신혜선. 갤럭시S6
토종흰민들레. 죽령 옛길 초입부, /사진= 신혜선. 갤럭시S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