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전망, 횟수 늘어났는데 왜 자꾸 틀릴까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6.04.27 07:30
글자크기

[소프트랜딩]정부 전망치에 보조를 맞추고 하향 조정 반복하는 관행 때문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 4월 12일 IMF가 2016년 세계와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자 이를 전후로 국내 각종 경제기관들도 일제히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분기 실질 국내 경제성장률은 0.4%(전기대비)로 3분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올해 3% 성장률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은 한 해 국가 경제의 성과와 방향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이 되는 지표다. 그만큼 경제성장률 전망은 신중하고도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그리고 KDI, 한국경제연구원 등 정부 및 공공기관과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포스코경영연구원 등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이 주로 발표하고 있다.

보통 하반기에 그 다음해 경제전망치를 발표하고, 이듬해 상반기에 경제지표들을 일부 반영하여 수정된 전망치를 발표하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들어서는 한은과 LG경제연구원에서 매 분기마다 전망치를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각 전망 기관들이 그동안 실적치와 너무 동떨어진 전망치를 제시하고 나서 하향 조정하는 일이 너무나 흔한 일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한은은 2016년 경제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그러던 것을 연초 3.0%로 조정하더니 최근에 와서 다시 2.8%로 수정했다. 불과 6개월만에 두 번이나 하향 조정하며 전망치를 0.4%포인트 낮췄다.

재작년의 경우 실적치와 전망치의 괴리는 훨씬 더 심했다. 2014년 하반기에 한은은 2015년 경제전망치를 3.9%로 제시했다. 그런데 3개월 뒤인 2015년 1월에 전망치를 3.9%에서 3.4%로 0.5%포인트나 낮추더니 4월에 이를 다시 3.1%로 수정했고, 7월에 2.8%로, 10월에는 2.7%로 분기마다 적게는 0.1%포인트에서 0.5%포인트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결국 2015년 실제 경제성장률은 2.6%에 불과해 기존에 발표했던 한은의 전망치와 무려 1.3%포인트나 차이를 나타냈다.

재작년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은 성장률 전망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1년에 두 번 작성하던 경제전망을 분기별로 네 번으로 늘리고 분기별 예측모델 등 전망보고서의 내용을 한층 개선했지만, 오히려 늘어난 횟수만큼 전망치는 자주 빗나가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민간 경제연구소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5년 하반기에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 경제전망을 각각 3.0%와 2.8%로 제시했다. 이들 기관들도 최근에 전망치를 각각 2.4%와 2.5%로 하향 조정했다.

이렇게 하향 조정을 거듭하다 보니 한은은 물론 경제기관들의 전망치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매번 나온다. 게다가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오차가 커질수록 정부의 재정계획과 기업들의 사업계획까지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은과 다수의 경제연구소들이 매년 고심해서 내놓는 경제전망은 왜 하향 조정을 반복하게 되는 것일까?

가장 우선적으로는 정부의 경제전망과 보조를 맞추려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다. 사실 기재부가 내놓는 경제전망에는 정부가 향후 달성해야 할 성장 목표치가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정부나 공공기관의 전망치는 다소 높은 경향을 띠고, 그룹 계열사의 입장을 반영하는 민간 연구소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망치를 제시하게 된다.

한편 기재부는 경제전망을 작성하기 전 각 기관의 담당자들을 불러모아 조언을 듣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의 목표치를 고려해달라는 정부의 입장이 공유되거나 전달되면 각 기관들은 전망치를 정부와 보조를 맞출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각 기관이 나름대로의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놓는 성장률 전망치는 대체로 비슷하게 된다. 게다가 한은과 IMF의 전망치까지 고려하게 되면 각 기관들의 전망치 격차는 불과 0.1~0.3%포인트 내외로 맞춰진다.

일례로 과거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제전망은 한은 못지않은 신뢰도와 영향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의 보수적인 전망치와 정부의 전망치 사이에 괴리가 크게 나면서 결국 부담을 느낀 삼성은 경제전망 대외 발표를 중단하고 말았다. 이는 민간연구소 입장에서 정부와 격차가 큰 전망을 제시하는 게 얼마나 고욕스러운 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경제전망에 대한 각 기관의 무책임한 자세도 문제다. 거창하게 장밋빛 전망을 발표해 놓고는 시간이 조금 흘러 경제상황이 안 좋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전망치를 낮추는 일을 벌써 수 년째 반복하고 있다.

물론 경제전망은 족집게가 될 수 없다. 경제 여건이 수시로 변하고 상황에 따라 하향 조정이든 상향 조정이든 불가피하게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정부 전망치에 보조를 맞추고 난 뒤 하향 조정을 반복하는 관행은 전망기관의 대내외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경제전망은 객관적인 전망이어야지 주관적인 희망이 돼서는 곤란하다.

/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