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 걸그룹 '마마무'.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흔히 보던 아이돌 그룹을 향한 객석의 풍경은 SXSW가 열리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야외공연장 벨몬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마무가 귀여운 춤으로 살랑거릴 때 “꺄악~”하는 괴성이 터져나왔고, ‘1cm의 자존심’에서 힙합 리듬이 나올 땐 모두가 하나가 돼 팔을 올려 그루브(리듬감)에 장단을 맞췄다.
헤비메탈 그룹 '피해의식'.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마마무가 한국어로 “여러분, 즐거우신가요?”라고 할 땐, 객석이 이구동성으로 “네~”하고 받아쳤다. 외국 뮤지션이 한국에서 “두 유 인조이 투나잇?”(Do you enjoy tonight?)하고 물을 때 다 알아들은 듯 “예~스”(Yes)라고 대답하는 것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헤비메탈 그룹 피해의식이 록의 쌔끈한 맛을 보여줄 땐 환호성이 연달아 나왔고,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던진 말장난엔 깔깔 웃음으로 ‘손쉽게’ 대응했다. 자신도 뮤지션이라고 밝힌 매튜 가르자(26)씨는 “보기 드문 희귀 음악”이라며 “보컬, 기타, 드럼 등 힘이 넘치는 록그룹 사운드와 해학적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었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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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자인 R&B 보컬 '딘'.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올해 24세 꽃미남 딘은 외국인도 금세 반할 만큼 단단한 창법과 유려한 음색을 자랑하며 밤 12시를 넘긴 시간에도 관객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흑인 DJ와 함께 한 단출한 구성에서도 그는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놓치지 않았다. 올해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상을 받은 저력이 읽히는 대목이었다.
새벽 1시 마지막 무대를 책임진 자이언티는 자신의 곡을 대부분 편곡해 무대에 올렸다. 느린 정박자의 발라드나 그루브의 변주가 많지 않은 곡들은 죄다 박자가 쪼개지거나 스타카토식 리듬으로 바뀌었다. 리듬이 더 자유롭고 풍부해진 덕분에 관객의 움직임도 파도 물결처럼 넘실거렸다.
서사적 노래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자이언티'.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관객 2300명은 록으로 시작해 일렉트로닉, 댄스, 헤비메탈, 리듬앤블루스(R&B), 내러티브 솔(soul)까지 이어지는 케이팝의 다양한 장르를 열정적인 한국인의 몸과 정신으로 이해하고 소화했다.
공연이 끝난 뒤 다수의 관객이 SXSW 페스티벌이 몰려있는 오스틴 6번가로 발걸음을 쉽게 돌리지 못한 것도 그런 배경이 작용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