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 /오스틴(미국)=김고금평 기자
아주 넓은 부스에도 그의 목소리는 높고 칼 지고 당찼다. 약간의 분노와 약간의 불편함을 안고 던진 그의 말에는 그러나 독한 다짐 같은 속내가 묻어있었다.
오픈갤러리는 신진 미술작가와 대중이 더 쉽게 만날 수 있도록 미술품을 웹과 앱을 통해 ‘렌탈’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새로운 개념의 거래다. 종전 미술계에선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서비스는 실력 있는 젊은 작가의 호응과 미술의 문외한인 대중의 관심이 만나면서 일정한 접점을 찾아냈다. 렌탈 서비스는 3개월 정도 보유하다, 다시 교체할 수 있고 소장하고 싶으면 구매도 가능한 선순환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말 20억 원 투자 유치를 통해 검증된 신진 작가와 수천 점의 작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 박 대표는 이번 SXSW 페스티벌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싼 가격으로’ 미술품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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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대중화의 핵심은 IT(아이티)와 미술, 비즈니스 세 가지에 있다고 믿어요. 기존의 미술 시장은 IT는커녕, 비즈니스도 안되죠. 대부분 알고 있는 재력가와의 ‘관계’만을 중시하잖아요. ‘대중적’이려면 세 가지 전략이 모두 필요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IT 기술자, 비즈니스 사업가, 미술 큐레이터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직원으로 두고 평균 이상의 질을 담보한 미술품을 맞춤 서비스로 대중에 선보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대중이 직접 앱이나 웹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직접 고를 수도 있고, 원하는 작품의 종류(인물, 풍경, 동양화 등)를 말하면 큐레이터가 직접 추천하기도 한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300만 원 가격의 작품을 대중이 못살 정도는 아니라고 봐요. 비싸서가 아니라 모르는데 지불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렌탈’은 구매를 위한 징검다리인 셈이죠. 가치를 알게 될 때까지의 충분한 시간과 경험이 분명 필요하니까요.”
박 대표는 지난해 말레이시아와 홍콩 등에서 수천만 원어치의 작품을 팔았다. 렌탈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는 구조지만, 그는 여전히 대중의 눈높이를 위해 ‘렌탈 서비스’에 더 주목한다. 많이 남기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다가오길 바라는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