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김종인 비대위, 필리버스터 종료도 마침내 관철

머니투데이 최경민 지영호 기자 2016.03.0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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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이종걸 마지막 토론 후 오늘 끝낼 듯…의원들 반발 잠재워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얼굴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무제한 토론 3번째 주자로 나서 10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를 수행한 은수미 의원. 2016.3.1/뉴스1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얼굴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무제한 토론 3번째 주자로 나서 10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를 수행한 은수미 의원. 2016.3.1/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일 테러방지법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종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내외의 반발에 당초 계획보다 하루 늦어졌지만, 공천권까지 장악한 '김종인 비대위'의 강력한 의지 속에 뜻을 하나로 모으는데 성공했다.

더민주는 1일 저녁 7시10분경부터 밤 10시40분쯤까지 약 3시간30분간 의원총회를 갖고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진행한 필리버스터를 2일 종료하기로 의결했다.



이언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이종걸 원내대표의 토론을 마지막으로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기로 했다"며 "여당과의 일정은 무제한 토론이 끝나면 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잡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테러방지법과 관련 "새누리당에 수정 요구했던 부분이 전혀 수정되지 않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위가 넘긴 선거법과 테러방지법 중 어떤 것을 먼저 처리할 지에 대해선 의총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이 대변인은 설명했다.



더민주는 필리버스터 종료를 놓고 하루 종일 내홍을 겪었다. 당초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성명서를 통해 "오늘중으로 소위 '테러방지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의원총회와 심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결과 나왔던 필리버스터 중단 방침을 재확인했다.

오전 9시 이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종료를 선언할 예정이었지만 필리버스터를 지속해야 한다는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종료 시점이 늦어졌다. 은수미 의원 등은 "절차상에 문제가 있으니 의총이라도 열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오후 6시30분 필리버스터 중단을 논의하기 위한 의총을 소집했다.

의총에서는 반발이 이어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필리버스터 정국을 종료하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정을 지적하는 것이 당의 미래에 맞다"고 설득에 나섰지만 의원들은 뜻은 모아지지 않았다.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시점과 방식, 명분 등에 있어서 각자의 안을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의원의 경우 모두가 1분이라도 필리버스터 토론을 한 후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의총 막바지에 들어서야 필리버스터를 비대위가 제안한 방식으로 끝내기로 했다. 한 의원은 "여러가지 불만들이 나왔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에 뜻을 같이했다. 반대의견이 없었다"며 "민주적인 방식으로 출구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참석을 기다리고 있다. 2016.3.1/뉴스1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참석을 기다리고 있다. 2016.3.1/뉴스1
더민주는 필리버스터 중단 이후 테러방지법이 처리될 경우,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수정안의 처리를 위한 총선 지지를 국민에게 호소한다는 복안이다. 필리버스터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는 이 원내대표가 이같은 뜻을 밝힐 예정이다.

당의 승리를 위해 의원들이 지도부에 힘을 실어준 셈이지만, 일각에서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김종인 체제'에 의원들이 밀린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비대위는 최근 당무위의 선거관련 당규 및 시행세칙 권한까지 모두 위임받았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천권을 장악한 김종인 대표에게 의원들이 대항하기 힘든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한 의원은 "비대위가 점령군 같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되며 사실상 컷오프 통보를 받은 강기정 의원은 이같은 맥락에서 지도부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총에서 눈물을 흘리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에 힘을 보태겠다"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당 비대위도 불출마를 선언하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일갈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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