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명복·주기··· 산 사람에게 쓰면 안될 말들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6.02.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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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 27. 죽음과 관련된 말, 죽음을 이르는 말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사진=방송화면 갈무리/사진=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21일 MBC '진짜사나이'의 자막 사고로 인터넷이 시끄러웠습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다현이 입소를 앞두고 신상명세서를 쓰는 장면이었는데요. 1998년생인 그의 어린 나이를 강조하려던 것일까요? 자막은 이랬습니다.
'향년 19세!'

향년이란 삶을 '향'유한 나이를 뜻합니다. 사망한 사람에게 쓰는 말이죠. 위 상황이라면 '방년'(꽃다운 나이, 20세 전후를 가리킴)이 어울립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이는 우리를 참 숙연하게 합니다. 그래서 말하기도 조심스러운데요. 우리가 쓰는 말 중엔 이것과 관련해서만 쓰는 표현도 있습니다. 때론 그 뜻을 정확히 모르고 쓰다가 실수하기도 하는데요. 다음도 그러한 예입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고요. 명복을 빕니다."
명복은 저승에서 받는 복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새해 인사하듯이 산 사람에게 썼다간 큰일 나겠죠. 다음 표현들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일기(一期)는 살아 누린 기간을 말합니다. 향년은 '향년 ○○세'와 같이 쓰고, 이 말은 '○○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처럼 씁니다. 주기(周忌)는 몇 번째 제삿날인지를 말할 때 씁니다. '□□님 10주기' 같은 식이죠. 만약에 연인이 "우리가 만난 지 오늘이 2주기야(×)" 식으로 쓰면 이상해집니다. 이런 경우엔 '2주년'이라고 하면 됩니다.

향년·명복·주기··· 산 사람에게 쓰면 안될 말들
사망 소식을 말로 전하게 될 때 우린 에둘러 표현합니다. 돌아가셨다, 저 세상으로 떠났다, 잘못됐다, 눈감았다 등이 그런 예죠. 그런데 사망 소식을 글로 남길 땐 한자어를 써서 좀 더 무겁게 표현합니다.

많이 보게 되는 '별세'는 '세'상과 이'별'한다는 뜻입니다. 윗사람에게 씁니다. 고인이 되었다는 뜻의 '작고'도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기사를 통해 종종 보게 되는 '타계'는 '타' 세'계'로 갔다는 뜻입니다. 귀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쓰는 말로 보통 큰 발자취를 남긴 사람에게 씁니다. 물론 그 판단 기준은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겁니다. '서거'는 말 그대로 하면 죽어서 세상을 떠나간다는 뜻입니다. 역시 고인을 높일 때 쓰는 말인데요. 대통령(전직 포함)의 사망 때엔 보통 이 단어를 씁니다. '영'원히 잠든다는 뜻의 '영면'도 죽음을 이릅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음 중 종교적 색깔이 배인 말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① 선종(善終)   ② 붕어(崩御)
③ 소천(召天)   ④ 입적(入寂)

향년·명복·주기··· 산 사람에게 쓰면 안될 말들
정답은 ②번. '붕어'는 임금의 사망을 뜻합니다.
선종은 죄 없는 상태에서 삶을 마쳤다는 뜻으로 가톨릭에서 쓰고, 소천은 하늘의 부름이란 뜻으로 개신교에서 씁니다. 입적은 불교에서 승려가 사망했을 때 쓰는 말로 열반에 든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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