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과 판결] 박상옥 대법관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2016.02.2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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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GOP 총기 발사' 임 병장 사형 판결 확정

편집자주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이 있다. 공직에 몸담은 법관들은 사회 현안에 대해 함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판결을 통해 웅변할 뿐이다. 판결을 살펴 보면 우리 사법부에서 일하고 있는 법관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법관들의 출신 지역이나 학력 등 판결에 대한 선입관을 형성할 수 있는 요소들은 기사에서 배제했다.

박상옥 대법관. /사진=뉴스1박상옥 대법관. /사진=뉴스1


박상옥 대법관(60·연수원 11기)은 현재 대법원에서 남은 임기가 2번째로 많다. 지난해 5월 임기를 시작한 만큼 아직 법관으로서 많은 판결을 남기지는 않았다. 최근 사형 판결이 확정된 '임 병장 사건'의 전원합의체 주심을 맡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다.



다음은 박 대법관의 주요 판결들.

'GOP 총기난사' 임 병장 사형 판결 확정
박 대법관은 가장 최근 확정된 사형 판결에서 전원합의체 주심을 맡았다. 2014년 6월 육군 22사단 GOP에서 동료 병사들을 살해한 임모 병장(24)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19일 확정한 것이다.



강원도 고성군 육군 22사단에 근무하던 임 병장은 수류탄과 소총을 이용해 동료 5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사건 직후 무장한 채 탈영했다가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임 병장은 GOP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중 순찰일지에서 자신을 희화화한 그림을 발견하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학창시절 동급생에게서 괴롭힘을 당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학생들을 살해하는 등의 상상을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1·2심이 모두 임 병장에게 사형을 선고한 가운데 대법관들은 사형을 선택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였다.


이상훈·조희대·이기택 대법관은 임 병장이 후임병들에게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고 과거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던 등의 사정을 들어 사형이 부적절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임 병장이 과거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인격장애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참작할 사정이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임 병장이 갑자기 범행을 결심하고 근무를 위해 가지고 있던 무기들만을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김창석 대법관은 사형 제도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점을 제기하며 임 병장에게 사형을 선고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사형 제도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통해 범죄 예방에 기여한다는 점에 대해 명백하게 밝혀진 바가 없을 뿐 아니라 사형을 통해 이미 벌어진 피해를 돌이킬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법관은 또 "사형 제도가 설령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갖췄더라도 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사형은 1997년 12월 이후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사실상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대법관을 비롯한 다수 대법관들은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임 병장이 사건 후에도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은 점 등이 중요한 근거가 됐다.

전원합의체는 또 "비록 임 병장에게 일부 참작할 부분이 있고 사형 선고가 예외적이고도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비춰보더라도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직접 찍은 나체사진 유포해도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 안돼
박 대법관은 또 대법원 소부 주심으로서 '셀카'로 찍은 나체사진을 유포하더라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는 내연녀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자 평소 보관하던 내연녀의 나체 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모씨(53)에게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서씨는 내연녀였던 A씨의 나체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고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서씨가 사진을 유포한 부분에 대해 카메라 이용 등 촬영 혐의를 적용했고, 1·2심은 모두 이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른 혐의까지 더해 서씨는 2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을 이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카메라 이용 촬영' 혐의가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것까지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 판결은 법률에 규정된 행동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형벌을 내려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죄형 법정주의에 입각한 판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당사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있다.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는 공인회계사 직무 아니다"
박 대법관은 또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가 공인회계사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남겼다. 그가 주심을 맡은 대법원 2부는 지난해 11월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부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인회계사 2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감정평가사 자격을 보유하지 않은 공인회계사가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할 수 있는지였다.

정씨 등은 2009년 의뢰에 따라 부동한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실시했고, 이 대가로 용역비 총 1억5400만원을 받았다. 이에 한국감정평가협회는 정씨 등이 소속된 회계법인을 부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현행 부감법은 감정평가사가 아닌 사람이 토지 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는 대가로 돈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1·2심의 판단은 갈렸다. 1심은 공인회계사가 아닌 감정평가사만 자산 재평가를 할 수 있다고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토지에 대한 가치평가는 회계에 관한 감정이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부동산공시법이 정하는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는 회계서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과는 관계가 없다"며 "회계에 관한 감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업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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