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 증권사, 금(金)·은·엔화 사세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6.02.14 16:27
글자크기

상장 ETF·골드뱅킹·KRX 통해서도 금 거래 가능해…엔화·일본 국채도 대안

'안전자산 선호' 증권사, 금(金)·은·엔화 사세요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자 주식 대신 금, 은 같은 상품자산을 추천하는 증권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당분간 증시가 좋지 않으니 안전자산에 일단 자금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일본 엔화투자를 권하는 증권사도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설 연휴 기간 동안 글로벌 주식시장 폭락과 유로존 은행위기 가능성이 맞물리며 안전자산 선호가 확대되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1239.4달러를 기록, 주간 기준으로는 7.1% 급등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금 가격 최고가는 1263.9달러(장중)로 이는 연초 대비 17.7% 상승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 9.1% 상승한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은과 백금 역시 금 가격 랠리에 동반한 강세가 진행중이다.



금은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때문에 주가폭락을 비롯해 은행 부실이슈 부상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가격이 급등하곤 한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뿐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전후해 가격이 급등한 사례가 있다.

최근에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날 분위기가 엿보이자 주식을 대체할 투자대안으로 제시하는 증권사들이 잇따르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식 대신 미국 상장 ETF를 통한 상품투자를 추천했는데, 이 가운데 금을 비중있게 다뤘다. 금 가격이 최근 오르긴 했으나 2012년 고점(1800달러)대비 40% 가량 하락한 수준이라 메리트가 있다는 게 현대증권의 판단이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은 실물자산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디플레이션에서도 유리한 투자수단"이라며 "유가하락이 마무리되고 이후 물가가 상승할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금에 대한 수요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예금을 금으로 바꿔 적립하는 '골드뱅킹' 잔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거래소를 통한 금 거래도 활황을 보인다.

올 들어 이달 3일까지 KRX금시장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5억300만원으로 지난해 12월(2억2000억원)에 비해 128.6% 급증했다. 월별 일평균 거래량은 1만1574g(그램)으로 지난해 말(5428g) 대비 113% 증가했다.

고객들에게 주식 대신 엔화매입을 권하는 증권사도 있다. 주로 외국계 증권사들이 많은데 크레디트스위스가 대표적이다. 엔화는 금, 달러와 함께 가장 안전하다고 분류되는 자산이다.

최근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음에도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엔화로 몰리는 투자자금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강남을 중심으로 한 VIP 지점에서는 금과 은을 비롯한 귀금속 투자와 일본 국채 매입요청이 잇따르는 곳도 있다"며 "전반적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보다는 안전자산으로 거액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주식투자를 권유하는 직원들이나 이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은 찾기 어려워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연말에는 2016년 상반기 안에 코스피지수가 2100~2200선까지 갈 것이라는 증권업계 전망이 많았다"며 "설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최근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며 현금확보와 안전자산 투자로 온통 관심이 몰린 상태"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