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파주 모처에 떨어진 대남전단(삐라) 뭉치로 인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지붕이 파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제공=뉴스1
한 동안 자취를 감췄던 '삐라'가 올해 초부터 빈발하고 있다. 과거 교외 야산이나 길가에서 한두 장 발견하는 게 고작이었던 것과 달리 서울 한복판에서 삐라 묶음이 나와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하늘에선 1만장 단위의 '삐라 폭탄'이 떨어져 애꿎은 차량과 주택을 박살낸 사건도 발생했다. 현재 청소년에겐 다소 생소했던 삐라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변했을까.
1980년대로 넘어와선 고(故)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찬양이 주를 이뤘다. 김일성 전 북한 주석에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으로의 권력세습 과정에서 이를 정당화하고 찬양하는 내용이 실렸다. 2000년대 초반까지 남한으로 날아오던 삐라는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상호비방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며 종적을 감췄다.
◇올 한 해 만 70만장…도심에서 출몰하는 뭉텅이 '삐라' 왜?= 1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과 경기 등 주거 및 도심지역에서 수거한 삐라는 70여만장에 이른다. 과거 군 접경지역에 주로 살포되던 삐라가 서울과 경기 남부까지 진출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도심지역에서 삐라가 출몰하는 원인을 변화한 삐라의 목적에서 찾는다. 과거 군인들의 탈영과 월북을 유도하기 위한 것에서 우리 정부를 비방하고 북한의 핵실험 성과를 자랑하기 위한 것으로 내용이 바뀌면서 심리전술의 대상도 바뀌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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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 군에서 민간으로 확대된 만큼 삐라가 살포되는 지역도 보다 남쪽으로 확대됐다. 과거 군 접경지역까지만 살포할 때는 대형 풍선 하나에 전단 1만~3만여장을 묶어 보냈지만, 지금은 가능한 멀리 살포해야 하는 만큼 대형 풍선 2개를 사용한다. 겨울철 한반도에 부는 북서 계절풍도 삐라를 보다 멀리 보내는 요인 중 하나다.
북한은 목표지점을 설정하고 적절한 고도와 거리에서 삐라가 살포되도록 타이머와 기폭장치를 설치해 내려보낸다. 적정 위치에서 풍선을 폭파하면 삐라가 바람을 타고 널리 퍼지는 식이다. 다만 풍선에 달린 타이머나 기폭장치의 품질이 조악해 작동오류를 일으키기 쉽다고 한다. 최근 삐라 1만여장이 통째로 발견되고, 삐라 뭉치가 용인 등 경기 남부까지 날아간 사건도 기폭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날아온 게 아니라 남한에서 만든 건 아냐?=과거와 달리 서울 한복판에서 삐라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그 출처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나온 정황만으로는 이들 삐라를 남한에서 만들어 배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도심에서 삐라를 발견, 신고를 하면 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공안 당국은 이를 회수해 수법과 내용, 재질 등 과거 사례와 비교분석을 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에서 내려온 것인지, 남한에서 만든 것인지 등 제작 및 살포 목적, 주체를 판단하게 된다.
한 공안 당국 관계자는 "삐라를 접수하는 대로 합동수사반의 분석을 거친다"며 "현재까진 특별한 대공 용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발견된 삐라를 살펴보면 북한의 전단 살포 기술이나 수법이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전량 북한에서 내려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