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은 日 증시…BOJ 마이너스 금리에 회의론까지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2016.02.0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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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투자 유도한 BOJ, 사상 첫 국채 마이너스 금리 '역효과'

일본 증시가 주저앉았다. 주식시장은 5% 이상 빠졌고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경기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금융당국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 닛케이225지수는 전장대비 5.40% 내린 1만6085.44로 장을 마감했다. 토픽스 지수도 5% 이상 밀렸다.



장 초반 하락세를 유도한 건 전날 유가 하락에 부진을 면치 못한 미국 및 유럽 증시의 영향이었다. 사우디와 베네수엘라의 감산 협의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2달러(3.9%) 급락한 29.69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은 시장에 곧바로 반영됐다. 8일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26.61포인트(1.42%) 하락한 1853.44를 기록했다. 2014년 4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177.92포인트(1.1%) 내린 1만6027.05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79.39포인트(1.82%) 급락한 4283.75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앞서 유럽 증시도 감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스톡스600지수가 전장 대비 3.54% 급락하고 범유럽지수인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전장 대비 3.4% 하락하면서 2013년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엔고도 한 몫 했다. 엔/달려 환율은 달러당 114엔 수준까지 상승하며 1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당 115엔까지 간 건 유럽 증시가 급락하고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미국 증시를 끌어내리는 등 모두 일본 증시의 거래 종료 후 일어난 일로 통제 불가능에 가까운 엔고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계속되는 엔고로 기업 수출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해지면서 도요타자동차 등 수출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장됐다. 마이너스 금리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주도 증시 하락세를 견인했다.


미우라 다카시 크레딧스위스 도쿄지사 애널리스트는 "전세계적으로 매도세가 펼쳐지고 BOJ의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주가 타격을 입으면서 일본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진단, "여기에 BOJ가 추가 완화책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져 트레이더들이 주식을 더 매입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졌다. 이날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45%포인트 하락한 -0.05%까지 떨어졌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긴 했지만 기준물인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선 마이너스 금리로 경기 부양을 꾀해보려 했던 BOJ가 오판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통해 은행의 대출을 늘리고 투자자들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게끔 하려 했으나 오히려 반대 현상이 벌어지면서 "BOJ도 별 수 없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금리 효과는 향후 경기와 물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경우에 한정된다"며 BOJ가 이를 감안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국채 금리 하락은 주요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독일 국채의 경우 0.2%대로 작년 4월 이후 사상 최저다.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미국 국채마저 1.7%로 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맴돌고 있다. 스위스 국채 금리는 이미 -0.3%대로 하락했고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국채 수익률도 일제히 내림세다.

엘리아스 하다드 커먼웰스은행 통화전략가는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매도세를 불러일으키고 채권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이달 말 열리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각국 공조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BOJ의 마이너스 금리 효과 향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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