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소리없는 명품 '소리전쟁'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6.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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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음악감상실' 카오디오 경쟁...디자인·오디오 '감성품질' 부각, 신형K7 '크렐사운드' 적용

신형 K7 크렐 오디오 시스템/사진제공=기아차신형 K7 크렐 오디오 시스템/사진제공=기아차


'헤드업 디스플레이(45.2%), 크렐 사운드(37.1%), 드라이빙 세이프티 팩(35.4%), 선루프(35.0%), 어라운드뷰모니터(31.2%)'.

기아자동차가 최근 '신형 K7' 고객의 옵션별 계약 비중을 분석한 결과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오디오시스템인 '크렐(KRELL) 사운드' 계약 비중이 두 번째로 높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셜 버즈(트위터 블로그 등의 글) 키워드 1위도 바로 '오디오'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 고객들이 오디오를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럭셔리 브랜드뿐 아니라 대중적 양산차까지 오디오시스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했다.

차량용 오디오(카오디오)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튜닝'이란 수식어와 불가분의 관계였다. 차를 구입하면 전문점으로 가 명품 오디오를 다는 경우가 많았다. 순정오디오로는 '달리는 음악감상실'을 원하는 마니아들의 수준을 따라잡기 어려웠던 탓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바야흐로 '감성'의 시대다. 디자인(시각)과 오디오(청각) 등 '감성품질'이 성패를 결정한다.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완성차 제조사들이 '명품 카오디오' 경쟁에 나선 까닭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술발전 덕에 자동차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각 브랜드들이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차별화된 포인트를 찾고 있다"며 "그 중 하나가 명품 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BMW 뉴7시리즈 B&W 오디오 시스템/사진제공=BMW코리아BMW 뉴7시리즈 B&W 오디오 시스템/사진제공=BMW코리아
◇프리미엄 명차 '명품오디오' 전쟁= 차량용 오디오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프리미엄 자동차 업계다. 내로라하는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들은 저마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와 차량 제작 단계에서부터 '협업'한다. 명차에 걸맞은 최상의 명품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하기 위해서다.


BMW가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한 7시리즈에는 바우어스앤윌킨스(B&W) 다이아몬드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B&W는 세계 최고 오디오시스템을 만드는 영국 명품 스피커 브랜드다. 보스(BOSE)처럼 대중 브랜드가 아니어서 일반인들에겐 낯설다.

마세라티 등 수퍼카급의 핸드 크래프트(hand craft) 차종에만 적용되다 지난해부터 볼보(XC90)와 BMW 등 양산차에도 탑재됐다. BMW는 B&W 외에 또 다른 명품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뉴 X5 M, 뉴 X6 M, 뉴 X6 M50d, 뉴 X5 M50d 등) 하만카돈(MINI 등)을 즐겨 쓴다.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Class 부메스터 3D 사운드 시스템/사진제공=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Class 부메스터 3D 사운드 시스템/사진제공=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하이엔드 오디오브랜드인 부메스터의 첨단 오디오시스템을 'S클래스'에 탑재했다.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클래스'에는 24개의 스피커가 달려 '모노, 스테레오, 5.1 뮤직 시그널'을 3차원으로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콘서트홀'에 온 것 같은 실감을 느낄 수 있다. 부가티와 포르쉐도 부메스터의 주요 고객 중 하나다.

아우디는 덴마크의 뱅앤올룹슨과 오랜 연을 쌓고 있다. 2007년 A8에 뱅앤올룹슨을 장착할 당시 아우디 25명과 뱅앤올룹슨 20명이 팀을 이뤄 최적의 오디오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한다. 뱅앤올룹슨은 애스턴마틴 등 수퍼카도 채용한 최상위 오디오 브랜드다.

렉서스는 마크레빈슨과 오랫동안 한집 살림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규어-랜드로버는 뱅앤올룹슨과 B&W를 거쳐 2011년부터 영국 하이엔드 브랜드인 메리디안 오디오를 채택했다. 포드의 고급차인 링컨은 카오디오 업계엔 다소 생소한 홈시어터 하이엔드 브랜드 '레벨'을 MKX에 처음 적용했다. 레벨은 JBL과 렉시콘, 마크 레빈슨 등을 소유한 하만카돈의 최상위급 브랜드다.

◇튜닝? 국산차도 '명품오디오' 시대= 국내 완성차도 브랜드별로 선호하는 오디오 시스템이 저마다 다르다. 현대·기아차는 대중 모델엔 JBL을, 고급 모델엔 롤스로이스도 장착하는 렉시콘 오디오를 쓴다. 지난해 말 출시된 현대차 제네시스 'EQ900'에는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기아차 플래그십 모델인 K9도 마찬가지다.

EQ900의 렉시콘 오디오는 최적으로 튜닝된 17개 고성능 스피커와 외장앰프를 통해 섬세하고 박진감 넘치는 음색을 제공한다. 특히 휴대성을 위해 품질을 낮춰 압축한 MP3, ACC 등의 음원 손실된 부분을 실시간으로 복구해주는 '클라리파이(Clari-Fi)' 첨단 알고리즘도 적용돼 있다.

제네시스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사진제공=현대자동차제네시스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사진제공=현대자동차
기아차 신형 K7에 국산차 최초로 탑재된 '크렐'은 미국의 홈오디오 시장의 최상위 하이엔드 브랜드다. 카오디오 분야의 신생에 가깝지만 세계 유수의 사운드 어워드를 수상할 정도로 품질력을 자랑한다. 신형 K7 외에 혼다의 기함모델 레전드가 크렐 오디오를 쓴다.

신형 K7에 탑재된 크렐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다이내믹 사운드 복원 기술'을 통해 음원 정보를 원음에 가깝게 재구성하고 복원해 준다. 실제 연주와 같은 자연스럽고 박진감 있는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고음 선명도를 향상시키는 고급 진동판과 세밀한 음질을 확보하는 고음질 콘덴서, 음질 제어 영역을 확장하는 고성능 DSP(컴퓨터 CPU 역할) 등 자동차 전용 고음질 부품을 적용해 최상의 멀티미디어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카오디오 분야의 강자인 미국 브랜드 '보스 오디오시스템'을 제공한다. 2012년엔 SM5 보스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쉐보레 트랙스에도 보스 오디오가 장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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