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글로벌기업 혁신비결, 열린 '이민정책'

머니투데이 암스테르담(네덜란드)·스톡홀름(스웨덴)=배영윤,하세린 2016.02.01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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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이민경제, 新성장지도 그린다]<6>-②유럽의 혁신기업들, 글로벌 인재전쟁

편집자주 우리나라가 정부 정책에 따라 2018년부터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인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이민자) 수는 2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약 4%다. 이는 GDP(국내총생산)로 환산했을 때 60조원(2015년 GDP 1600조원 기준)에 달한다. 이민자들은 이제 대한민국 경제에 없어선 안 될 구성원이다. 머니투데이는 '2016년 신년기획'을 통해 우리 사회 이민자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이민정책이 필요한지 진단해본다.

지난달(1월) 19일 오전(현지 시간) 스웨덴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시스타 과학단지에 위치한 에릭슨(Ericsson) 본사. 세계 각지에서 인재들이 몰리는 글로벌 기업답게 직원들의 국적이 다양했다. 스웨덴 본사에만 10개국이 넘는 국적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에릭슨은 전세계 180개국에 진출한 세계적인 이동통신장비·소프트웨어 업체다. 전 세계 무선트래픽의 약 40%가 에릭슨의 네트워크를 통한다. 1896년 구한말 고종때 우리나라에 처음 전화기를 보급한 회사도 에릭슨이었다.

에릭슨은 좁은 내수 시장 탓에 오래전부터 더 큰 시장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렸다. 에릭슨은 시장만 개척한 것이 아니라 해외 우수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었다. 물론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에릭슨의 노력도 남달랐다. 헬레나 노만 에릭슨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우리는 140년간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왔는데,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에릭슨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며 "180개국 시장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러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우리의 우선 순위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아니타 드레셀 에릭슨 클라우드·IP부문 부사장은 7년 전 본사의 콜을 받고 미국에서 스웨덴으로 건너왔다. 그는 "외국인으로 받은 차별은 전혀 없었다"면서 "에릭슨은 오히려 자신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사진=하세린 기자아니타 드레셀 에릭슨 클라우드·IP부문 부사장은 7년 전 본사의 콜을 받고 미국에서 스웨덴으로 건너왔다. 그는 "외국인으로 받은 차별은 전혀 없었다"면서 "에릭슨은 오히려 자신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사진=하세린 기자


◇스웨덴의 혁신 원동력, 글로벌 인재정책=
노만이 얘기한 에릭슨의 대표적인 글로벌 인재가 아니타 드레셀 에릭슨 클라우드·IP부문 부사장이다. 그는 7년 전 미국에서 스웨덴으로 건너왔다. 당초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통신회사에서 일하다 두 차례 인수합병을 통해 에릭슨에 들어왔다. 외국인이었지만 합병된 회사 직원으로서 차별 받는 일은 없었다. 드레셀은 "에릭슨은 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서 스웨덴으로 건너올 때 적응을 도운 에릭슨의 문화 트레이닝(cultural training) 프로그램에서 해외 인재를 위한 이 회사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드레셀은 "스웨덴으로 오기 전 미국에서 오래 산 스웨덴 부부가 직접 집을 방문해 스웨덴의 날씨와 물가, 관행에서 부터 비즈니스 매너까지 알려줬다"며 "모든 프로그램과 비용은 에릭슨에서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에릭슨의 인터네셔널 모빌리티(International Mobility) 팀도 해외에서 온 직원들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 6주에 한번은 해외 출장을 가는 드레셀에게 스웨덴 이민청이 비자 갱신 후 7~8개월간 출국할 수 없다고 했을 때도 인터네셔널 모빌리티 직원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줬다. 또 복잡한 세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각종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민정책이 글로벌 인재들의 정착을 도운 것이다.

안나 틸란데 스웨덴 법무부 정책 자문관은 "기업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현지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임금과 보험 등을 제공할 수 있는지만 정부에 증명하면 된다"며 "정부의 이런 도움으로 스웨덴 기업은 전 세계 누구나 채용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비스콘 그룹(Viscon Group) 본사 공장에서 직원이 상품 분류 자동화 기계를 시험하고 있다./사진=배영윤 기자네덜란드 비스콘 그룹(Viscon Group) 본사 공장에서 직원이 상품 분류 자동화 기계를 시험하고 있다./사진=배영윤 기자
◇수출강국 네덜란드, 글로벌 경쟁력 핵심은…= 세계 수출 5위(2015년 기준) 나라인 네덜란드엔 혁신 기업들이 많다. 이들 기업 역시 우수한 해외인재 확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첨단 자동화 기술로 전 세계 농업 및 원예 업계를 선도하는 비스콘그룹(Viscon Group)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0일 찾은 비스콘그룹엔 폴란드 출신 직원들이 유독 많았다. 비스콘그룹은 본사에서 교육 받은 폴란드 출신 직원들을 폴란드 현지 공장을 책임지는 핵심 인재로 키운다. 외국인을 채용하는 데 비자나 세금 문제 등 별도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만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어서다.


그룹 창업자의 증손녀인 샬롯 비서 마케팅 담당자는 "우리 회사에선 엔니지어의 역할이 중요한데 폴란드엔 우수한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좋은 학교들이 많다"며 "이것이 우리가 폴란드 출신 엔지니어들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헤어·네일 등 미용 관련 서비스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업체 트리트웰(Treatwell)엔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미국 등 18개 국적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외국인을 채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비용도 많이 들고 절차도 까다롭지만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글로벌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트리트웰에겐 오히려 투자다. 창업 2년만에 유럽 10개국에 진출하고 올해 예상 매출 1억유로를 바라보는 고속 성장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

네덜란드 디지털 콘텐스 제작업체 '미디어몽크스'에는 본사를 포함한 전 세계 7개 지사에 26개 국적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사진제공=미디어몽크스(MediaMonks)네덜란드 디지털 콘텐스 제작업체 '미디어몽크스'에는 본사를 포함한 전 세계 7개 지사에 26개 국적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사진제공=미디어몽크스(MediaMonks)
전 세계 7개 지사를 둔 디지털 콘텐츠 제작업체 미디어몽크스(MediaMonks)에는 26개 국적의 직원들이 일한다. 암스테르담 근교 미디어 도시인 힐버섬에 본사를 둔 미디어몽크스는 비자 문제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로펌과 손을 잡고 능력 있는 해외 인재들의 영입에 적극적이다.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미디어몽크스의 문화가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빅토르 크나프 미디어몽크스 CEO(최고경영자)는 "디지털 콘텐츠에 능한 스웨덴인과 프로그래밍에 능숙한 중국인, 세부적인 업무에 강한 일본인 등 각 나라의 특성이 모이면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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