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글로벌 기업 한국대표 자녀학대 "6세 아들, 성장판 손상"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2016.01.2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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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듣는다" 아령·몽둥이로 두 아들 폭행, 찬물 샤워…정신적, 신체적 피해 크지만 法 "보호관찰 검토"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다국적기업 한국지사 대표가 2년에 걸쳐 자녀를 학대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가혹한 폭행으로 아이들은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입었지만 가해 아버지는 형사 처벌을 비껴갈 전망이다.

21일 대전 둔산경찰서와 대전가정법원 등에 따르면 프랑스 국적 A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아들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조사를 받고 있다.



2008년 다국적기업 한국지사 대표로 파견온 A씨는 2013년 한국인 부인과 별거한 후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거나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학대를 일삼아왔다.

지난해 검거 당시 10살짜리 첫째 아들은 2년간 A씨에게 아령과 몽둥이 등으로 수차례 맞아 눈 부위가 찢어지고 팔과 다리 곳곳에 멍이 든 상태였다. 6살짜리 둘째 아들은 같은 기간 상습적인 찬물 샤워와 폭행으로 성장판이 손상되고 동전 크기만한 원형탈모까지 앓고 있었다.



경찰에는 떨어져 살던 친모 B씨가 신고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할머니가 방학을 맞아 놀러온 첫째 아들 상태를 보고 B씨에게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귀띔한 게 단서가 됐다. 이후 B씨는 당시 한국에 남아있던 둘째 아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상황이 심각함을 인식, 경찰에 직접 찾아가 사실을 알렸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웃주민과 교사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인 결과 A씨가 평소 자녀들을 학대한 것으로 확인하고 검거에 나섰다. 처음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A씨는 2개월에 걸친 추궁 끝에 결국 학대 사실을 시인했다.

또 A씨의 자녀 양육을 도왔던 필리핀 국적의 보모 C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사건은 현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 받아 대전가정법원에 보호사건으로 송치됐다. 이에 법원은 A씨를 상대로 결정 전 조사단계를 거친 후 보호처분 여부를 조만간 판단할 예정이다.

보호처분이 내려질 경우 A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올바른 양육태도나 자녀지도요령 등을 교육받는다. 현재 피해 자녀들은 어머니 B씨와 생활하며 심리 상담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법원의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A씨에 대한 별다른 형사 처벌은 이뤄지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법원이 A씨에게 접근금지 혹은 통신제한 등 조치를 내릴 수 있을 뿐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정법원으로 송치된 것은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관찰 처분 결정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취지는 처벌에 목적을 두는 대신 학대 등 문제점을 극복해 평화로운 가정으로의 복귀를 돕는데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A씨가 '보호관찰' 조치를 지키지 않을 경우엔 추가로 형사처벌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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