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카페 하라주쿠점 내부에 로봇 '페퍼'가 서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br>
네스카페 하라주쿠점 내부에 서 있는 로봇 '페퍼'/사진=류준영 기자 <br>
호서다 팀장은 "방학기간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페퍼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네스카페는 20~30대 젊은 주부들이 자주 찾는 6개 매장을 중심으로 페퍼 도입을 늘릴 계획이다.
니혼바시점 백화점 1층 점장은 "아이코 치히라는 어디까지나 이벤트용"이라고 말했다. 현 기술 수준에서 로봇 안내원을 채용해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백화점 서비스의 격을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대부분 서비스 로봇들이 짧게는 2~3일, 길게는 보름 정도 운영된 뒤 모두 철거됐다는 후문이다.
일본 현지를 둘러보니 그동안 TV 등 대중매체로 보고 듣던 일본의 서비스 로봇 산업과 현실은 큰 차이를 보였다. 개인서비스용 로봇은 아직 성장세가 미미한 수준이란 결론이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에 따르면 개인서비스용 로봇의 연평균 성장률은 6.9% 정도로 제조·전문영역 로봇들에 비해선 기술개발·보급이 더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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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도시바가 개발한 로봇 '아이코 치히라', 미쓰코시백화점 니혼바시점 안내센터 모습으로 아이코 치히라가 빠진 자리를 다른 '인간 직원'으로 채웠다/사진=류준영 기자 <br>
예를 들어 로봇팔을 덮고 있는 외부 소재는 사람과 충돌할 경우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무재질 등으로 바꿨다. 작업 반경에서 일정 거리 내 사람이 접근하면 작업속도가 늦춰지거나 멈추는 기능도 필수적으로 채용되기 시작했다. AI를 이용해 사람이 특정 동작을 가르쳐주면 로봇이 그 동작을 똑같이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도 등장했다. 로봇과 인간이 한 자리에서 공동작업을 하는 환경을 전제로 한 개발이다.
제조업용 로봇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일본이 17.5%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17.47%)과 독일(12.7%)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5.8%로 4위에 올라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과학기술 분야에 26조엔(약 254조원)을 투입한다. 시마지리 아이코 일본 내각부 과학기술정책담당 장관은 "로봇을 포함한 미래 첨단 기술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도로·교량·터널을 센서로 실시간 감시해 부식·파손이 발생할 경우 고치는 야전 수리로봇 등의 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韓·中·日 경쟁보단 협력=중국은 2016년을 전 세계 로봇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한 단계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중국 정부는 기술 표준화, 투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육성 정책을 시행해 2020년까지 산업·제조업용 로봇 시장의 패권을 거머쥔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까지 국내 로봇 시장을 25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로봇 미래전략'(2012년, 지식경제부)을 발표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9대 성장산업으로 '지능형 로봇'을 선정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5년까지 산업용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인건비를 가장 많이 절감할 국가로 한국(33%)을 꼽았다. 일본(25%)과 비교해 적지 않은 격차다.
한국의 로봇 기술력은 세계 4위지만, 특화된 로봇 기술과 전략적 공동 R&D(연구·개발)로 산업·기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
임재환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경제·사회 구조가 비슷한 3국이 첨단기술 시장에서 경쟁 구도로 흘러가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