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에 떠넘기려다… 정의화 강력반발, 새누리 '당황'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5.12.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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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야 협상력↓·의장 중재 난망 '자충수'…대통령 강경발언 나올까 전전긍긍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현 경제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다"며 청와대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청을 거부했다. 반면 선거구 획정에 대해선 여야 합의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연말연시에 심사기일을 정하겠다"며 직권상정 의지를 밝혔다. 2015.12.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현 경제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다"며 청와대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청을 거부했다. 반면 선거구 획정에 대해선 여야 합의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연말연시에 심사기일을 정하겠다"며 직권상정 의지를 밝혔다. 2015.12.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누리당이 경제활성화법안 등의 연내 처리에 자충수를 거듭하고 있다. 지나치게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협상의 여지를 좁힌 데다가 국회의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다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과 16일 연이어 정의화 국회의장을 방문해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압박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17일에는 정의화 의장 압박에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또다시 정 의장을 만났으나 직권상정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정 의장이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었다"다며 "의장이 더 중재를 해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을 합의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직권상정 요청 여부에 대해서는 "의장이 같이 노력하자고 하는데 거기에다 대고 직권상정하자고 하면 되겠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전날까지는 국회의장이나 야당에 강하게 압박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날부터는 조금 부드러운 방식으로 물밑 접촉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여당이 쟁점 법안에 대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몰아붙이는 모양새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전날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찾아와 직권상정을 압박하자 "나를 찾아올 시간에 야당 의원을 한명이라도 더 만나라"고 호통을 친 바 있다.

정 의장은 특히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이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에 격분했다는 후문이다. 전날 회동에서 정 의장은 "만일 관련 법안에 대해 직권상정을 한다해도 그 뒤의 일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권한쟁의로 가는 거죠"라고 대답하자 정 의장은 "이 문제는 결코 국회의장에게만 책임이 넘어오는 게 아니다"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강한 반발에 적지않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최근에도 원유철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은밀히 불러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에 대한 합의 중재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이종걸 원내대표의 반대로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새누리당은 직권상정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의원총회나 당 회의 비공개 때 의원들이 정 의장에 대한 강한 비판의 발언을 할 때에도 원유철 원내대표는 '정 의장이 그래도 여당 편에서 애를 많이 쓰고 있다'며 의원들을 말리곤 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도 자취를 감췄다.
당초 정부의 긴급명령권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지난 14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정 의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김철수 서울대 교수의 헌법 해석을 인용하면서다. 이 자리에서 조 원내수석은 "경제위기를 막기위한 직권상정은 타당하다. 만일 그런 조치가 있지 않으면 국가가 재정 긴급명령을 내리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정 의장을 압박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전날 기자들이 긴급재정·경제명령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히려 청와대는 전날에 이어 이날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해 새누리당의 입장과 선을 그었다. 이날 새누리당의 최고중진회의에서도 김무성 대표는 물론 지도부 누구도 긴급재정명령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현실적으로 긴급재정명령을 발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됨에도 새누리당이 법안처리를 압박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를 던졌다가 역효과만 불러일으킨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마디로 '오버'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국회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진노가 여당으로 향하는 것을 우려하다가 행보가 꼬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책임을 묻는 발언을 할 경우 '진박(진짜 박근혜)'과는 멀어지며 공천에 영향을 받을까 전전긍긍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 지도부로서는 '입법 비상사태'가 아니라 '공천 비상사태' 아니겠느냐"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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