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조형기
실리콘밸리,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 테슬라의 오토파일롯팀에서 로보틱스 엔지니어로 일하는 조형기(37)씨의 이야기다.
2002년 선문대학교 기계 및 제어공학과를 졸업할 당시 조씨의 꿈은 MIT 유학이었다. 천재의 얼굴을 한 ‘서양박사’에 대한 어린 시절 동경과 호기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방대 졸업장, 토익 760점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의 꿈은 남들의 눈엔 한 마디로 '허황된 꿈'이었다.
하지만 조씨는 우여곡절 끝에 병역특례를 마치고, 다시 유학의 꿈에 도전했다. 한번에 갈 수 없다면 돌다리를 하나씩 놓아서 건너가겠다는 계획이었다. 우선 연세대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조씨는 “이때부터 문제를 발견하고 또 그 문제를 풀고 연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워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미국 유학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과 시련을 안겨줬다. 첫 번째 걸림돌은 ‘영어’였다. 쿨한 성격이라 친구도 잘 사귀고 그러다보면 영어도 잘될 줄 알았다. 하지만 파티에 가더라도 5~10분은 버텼지만 그 이후로는 벙어리가 되기 일쑤였다. 수업도 모두 영어로 하니 알아듣는 척하고 있기도 힘들었고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영어와 학업 외에 마음의 걸림돌은 역시 한국에 두고 온 가족이었다. 특히 13개월 된 아들이 화상을 입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미치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차가 폐차될 정도의 큰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많이 다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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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조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석사과정을 마친 조씨는 같은 대학 ECE(Electrical Computer Engineering :전자컴퓨터 엔지니어링) 박사과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살벌한 박사자격심사시험(qualifying exam)을 통과해야 하고, 연구주제를 잡고 1~2년간 박사논문계획심사(Ph.D. Thesis Proposal) 제안을 한 후 마지막 관문으로 박사학위청구 논문심사(Defense) 과정을 넘어야했다.
직접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서양박사’에 대한 선입견은 산산조각났다. 함께 생활하다 보니 그들도 그저 피를 말리며 공부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5년간 미국에서 석박사과정을 하면서 배운 또 한가지는 바로 세일즈 정신이다. "팔리면 받아들여지고(Accept) 안팔리면 거절된다(Reject)." 결국 논문도 글을 써서 팔아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씨는 교수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다시 도전에 나섰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구글, 테슬라모터스, 혼다리서치, 보쉬 등 4개 기업의 인터뷰를 봤다. 테슬라와 혼다리서치에서 오퍼를 받았고 결정은 당연히 '테슬라'였다.
2014년 6월 테슬라에 입사한 조씨는 오토파일럿팀에서 모델 S부터 최근 론칭한 모델 X까지 센서융합 (Sensor Fusion)과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알고리즘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저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이해할 때 가장 행복했습니다. 배움이란 우물펌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펌프는 마중물과 펌프질이 중요하죠. 배움은 지식이라는 마중물과 실천이라는 펌프질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우물펌프에 무엇을 넣고 펌프질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