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준 변리사
대법원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는 무엇일까. 상표의 유사판단 기준에는 3가지 요소가 있다. 외관과 칭호, 관념이 그것이다.
다만 이처럼 항목을 나눠 평가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두 상표의 각 요소가 비슷한지 여부는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 대법원에서는 분쟁 당사자들이 심판관이나 판사의 판단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논리를 구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이렇게 외관과 칭호, 관념 3가지 요소 중 적어도 하나가 유사하다고 판단되면 양측의 상표가 유사하다고 결론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앞서 든 예에서 'Looka'와 '카페 루카'를 비교할 때 외관과 칭호, 관념 3가지 요소 중 어느요소가 유사하다는 판단을 받은 것일까.
양측이 내세운 서로 다른 주장을 종합한 대법원은 칭호가 유사하다는 선등록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두 상표가 서로 외관이 다르고 관념도 구분된다고 할 수 있지만 발음이 유사한 만큼 후등록상표가 무효라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례는 어떨까. 후등록상표 '휴마쎈'이 선등록상표 'HUMATIN'(약간의 도형화된 상표)과 유사한지에 대한 특허법원의 판단을 살펴보자.
특허법원은 두 개의 상표를 외관과 칭호, 관념 3가지 면에서 전체적, 객관적, 이격적으로 관찰해 어느 한 가지에 있어서라도 품질이나 출처에 관해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지 보고 유사성을 가늠해야 한다고 봤다. 외관, 칭호, 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더라도 다른 점까지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는 수요자들이 품질이나 출처를 오인하거나 혼동할 우려가 없다면 유사한 것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서로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외관과 칭호, 관념이 유사해 전체적으로 수요자가 오인하거나 혼동하기 쉬운 경우라면 유사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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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특허법원은 '휴마쎈'과 'HUMATIN'의 외관이 서로 다르다고 판단했다. '휴마쎈'이 검은색의 고딕체로 횡서된 형태인데 반해, 선등록 상표는 검은 바탕에 흰 고딕체로 영문 텍스트가 횡서된 형태로 한 눈에 봐도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칭호도 서로 다르다고 인정됐다. 후등록상표 '휴마쎈'의 셋째 음절인 '쎈'은 된소리로서 강하게 발음되는데, 등록상표의 셋째 음절인 '틴'은 비교적 약하게 발음돼 청감이 뚜렷이 구분된다고 본 것이다. 관념 면에서는 두 상표 모두 조어(造語)에 해당돼 특별한 관념이 직감되지 않으므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얼핏 볼 때는 두 상표가 서로 비슷해 보인다 해도 다양한 논리를 구성하는 방법에 따라 유사판단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설득력 있는 논리를 구성하기 위해 기존 특허법원과 대법원의 판결문 내용 또는 언어학적 지식이 동원되고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