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 빨간불"..재계 임원인사 '안정'에 초점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5.12.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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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그룹 인사로 본 재계 인사 전망

'내년 경기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조직 변화는 최소화하는 동시에 성장 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안정' 중심의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내년 경제 상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위기 경영'을 염두에 둔 보수적 행보를 선택한 것. 이 같은 행보는 재계 전반에 '경계감'을 높이면서 인사 정책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1일 단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 이었다. 올해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분쟁, 메르스 사태 등 혹독한 시간을 보냈던 삼성 입장에서 '문책' 차원의 경영진 교체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 전망을 무색케 할 정도로 이렇다할 변화나 파격은 없었다. 사장 승진이 6명 있었지만 파격적인 발탁은 없었다. 부회장 승진자도 없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내 변화도 일부 승진을 제외하곤 전무했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 세트 부문의 주력 사업부 리더를 교체했지만, 보고 라인은 그대로 유지하며 안정감을 줬다.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노리는 바이오 사업 강화를 위해 해당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 정도가 눈에 띄는 변화였다.

LG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승진자 수를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줄였다. 실적 회복을 기대했던 휴대폰 부문이 부진하는 등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업본부장들은 모두 유임시켰다. 대신 각 사업본부장들을 각자 대표로 선임해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GS그룹도 조직의 변화는 최소화하면서도 시너지를 키울 수 있는 방향의 2016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GS는 어떤 경영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사업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성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직의 변화는 최소화하면서도 탁월한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했고, 각 계열사 간 시너지와 임원 개개인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장단 인사에 따라 이번 주말에 있을 삼성의 부사장 이하 임원인사와 다른 재계의 인사도 안정 속에 변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 임원 인사의 경우 그동안 영업이익 분기 10조원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조직의 비대함은 줄이면서도 위기관리형 인재 중심으로 승진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직 인사를 실시하지 않은 현대기아차나 SK 그룹 등은 인사 폭을 최소화하고, 위기상황에 따른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갈 수 있는 '위기관리형'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내년 경영여건이 올해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며 "섣부른 경영진 교체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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