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신도회, 오후 한상균 거취 논의…찬·반 갈등 '고조'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5.12.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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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 화쟁위 도법스님과 면담을 가진 후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 화쟁위 도법스님과 면담을 가진 후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지 15일이 지난 가운데 조계사 내부에서 '보호'를 놓고 찬·반 갈등이 깊어져 한 위원장의 심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오후 조계사 신도회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 안심당에서 총회의를 열고 한 위원장의 거취와 신변 보호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신도회 내부에서는 한 위원장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날 총회의에서 신도회의 통일된 의견을 모아 한 위원장에 대한 '퇴거' 등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장단은 한 위원장에 대한 '퇴거 요청'으로 가닥이 잡히는 표정이다. 전날 조계사 관음전을 방문, 한 위원장에게 '오늘 자정까지 나가달라'고 요청한 신도 16명들 중 다수도 회장단 구성원들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한 위원장의 옷이 찢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정우식 조계사 청년회 지도위원장은 이튿날 오전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한 위원장 퇴거 요구는) 신도회 전체의 의견을 취합하지 않은 것으로, 신도회는 몇 사람의 것이 아니다"라며 "일부 신도들이 한 위원장에 재차 물리력을 행사한다면 청년회 차원에서 막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계사를 방문한 신도들도 한 위원장 거취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한 신도는 기자와 만나 "조계사가 한 위원장을 안고 있어 나쁜 소리를 듣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신도는 "때가 되면 알아서 나갈 사람"이라며 "부처님께 의지하러 온 사람을 내쫓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계사 경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한 위원장에 대한 신변 보호를 결정한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정웅기 화쟁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제의 일은 신도들과 의견을 충분히 나누지 못한 우리의 책임"이라며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조계사에서 피신 중인 민주노총과 한 위원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사에 머무르기 시작한 16일 이후 사찰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일부 신도들이 사찰 방문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전날 신도회 회장단이 한 위원장을 방문한 이후 "일부 신도들이 강제 퇴거를 시도해 당황스럽다"며 "지금 이곳엔 개인 한상균이 아니라 노동개악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운명이 피신해 있음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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