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밖 과학]각국 정상, 美워싱턴은 안 가도 '이곳'은 간다

머니투데이 권영일 사이언스타임즈 특파원 2015.12.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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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진핑, 아베 등 잇따라 실리콘밸리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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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사진=위키피디아


지난 9월 하순, 언론에 보도된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당시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현지 IT업계의 대표들과 찍은 단체 사진 때문이다. 시 주석과 애플의 팀 쿡,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이 함께 했다. 미국에서는 시 주석보다도 미국의 IT업계를 대표하는 거물급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 더 관심거리였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곳 '워싱턴' 아닌 '실리콘밸리'



항간에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곳은 수도는 워싱턴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라는 말이 있다. 우스갯말이지만 실리콘밸리가 미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면서 실리콘밸리 인사들의 입김이 점차 세지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 시진핑은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기 전에 이들과 만나, 중국 시장에 대해 적극 홍보하면서 이들의 호응을 먼저 이끌어내고자 했다.

이처럼 미국을 방문하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실리콘밸리를 방문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시작으로 딜마 루세프 브라질 대통령, 나렌두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이 실리콘밸리의 문들 두드렸다.

그 동안 미국을 방문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백악관과 의사당이 있는 워싱턴이나, UN본부가 위치한 뉴욕을 주로 방문했다. 이같은 필수 방문 코스에 실리콘밸리가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산타클라라 밸리에 위치해 있다. 지역명이 아니다. 컴퓨터 칩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따온 닉네임이다. 이 지역에 실리콘 칩 제조 회사들이 많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이 이름 붙여졌다.


현재 온갖 종류의 첨단 기술 회사들이 이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고있다. 세계 최대 다국적 IT기업인 애플과 구글이 이곳에서 태어났고, 페이스북도 본사를 두고 있다. 1인당 특허 수, 엔지니어의 비율, 모험자본 투자 등에서 미국 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리콘 밸리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기술혁신의 상징이 됐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자국에 필요한 성장동력을 배우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실리콘밸리의 사례를 통해 배우려고 한다.

'혁신에 가치를 두고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정신은 어디에서 왔을까?'

'왜 실리콘밸리에는 유능한 엔지니어와 사업가들이 몰려들까?'

'모험 자본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방법은?'

◇"실리콘밸리는 마법이 있는 곳"

실리콘밸리는 수십 년 동안 기업 창업의 본거지다. 창업은 새로운 비지니스이며, 거기에는 문화가 있다. 모험가들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을 시도한다. 이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여기에 지본을 투입한다.

비플 신하 씨는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기술투자가로 일해 왔다. "여기는 마법(magic)이 있는 곳입니다."

세계 정상들은 바로 이 마법을 배우기를 원한다. 이들은 실리콘 밸리의 창업정신을 자기 나라로 가져가고 싶어한다. 혹은 이곳 기업들과 비즈니스 거래를 성사시키기를 희망한다.

실례로 아베 일본 총리는 올해 봄 미국을 방문해, 스탠퍼드대학에서 연설을 했다. 그는 일본이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정신과 열기를 배우기를 촉구했다.

두 달 뒤 딜마 루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실리콘밸리에서 IT지도자들과 만났다. 그녀는 이 방문에서 구글이 만든 무인승용차에 직접 시승하기도 했다.

구글 측은 이로 인해 브라질의 자동차 엔지니어들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이것이 브라질의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을 기존과 다른 새로운 길로 인도할 것으로 확신했다.

나렌두라 모디 인도 총리도 최근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그는 애플과 구글 같은 IT기업을 만들기를 원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인도는 12억5000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인터넷 사용자는 3억2800만명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거대한 인도를 하나로 연결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현지 투자자들의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 창업가의 16%가 인도 출신이다.

실제 인도 출신인 순다르 피차이 씨는 현재 구글의 간부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인도에서 가장 큰 철도역 100곳에 무료 와이파이망을 설치했다. 하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인도에는 7500여개의 철도역이 있기 떼문이다.

취임 후 첫 미국 순방에 나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미국 방문 나흘 일정을 쪼개 실리콘밸리에서 기업인들과도 만났다. 디지털과 창조경제에서 협력을 원했기 때문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방미 첫날인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 후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진과 만났다.

물론 세계 정상들의 실리콘밸리 러시는 일방적인 구애가 아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필요로 하듯이 미국IT기업들도 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이는 브라질, 인도네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윈-윈 전략 아래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실리콘밸리 방문 러시는 상황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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