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제의료사업지원법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머니투데이 이상철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센터장 2015.11.2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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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제의료사업지원법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지난 10월 중국 다롄과 칭다오에서는 한국 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케이 메디 패키지 인 차이나(K-Medi Package in China)' 행사가 진행됐다. 삼성서울병원을 비롯, 몇몇 의료기관들이 이 행사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중국 정부는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특정 지구를 선정해 의료서비스 산업을 외국 자본에 개방하고 국가 차원의 다양한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 다롄과 칭다오에는 선진국 병원이 진출한 것은 물론, 칭다오시 모 병원에는 독일 의료진이 상주하는 등 인적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외자 병원 진출로 인한 이른 바 '메기 효과'의 기대 때문일까. 다롄과 칭다오에서 만났던 정부관계자와 현지 의료인들은 적극적인 교류의사를 표명했다.

현지에서 접한 최근 신축된 중국병원들은 시설과 설비, 디자인 등 하드웨어가 놀랄 만큼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우수한 의료진과 시스템 같은 소프트웨어가 부족해 한국의 전문 인력과 기술이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이면 중국 건강서비스업 규모가 8조위안(약 1400조원)이 될 전망이라고하니 중국 현지에서 느낀 치열한 경쟁의 열기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한국 의료서비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국내 보험급여 체계로 인한 저수가, 인건비와 물가 상승, 지방세 감면 축소 등으로 소위 ‘빅5’라는 상급종합병원조차 비상경영을 외치고 있다. 이런 경영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환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전문가들이 오래 전부터 경고해 온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의 높은 의료 수준은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해외로부터의 환자 유입은 급증하고 있다. 국제진료는 우리의 높은 의료 기술을 활용해 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해외 환자들의 수요를 해소해 줄 수 있다. 또 우리나라와 한국 병원들의 위상을 향상시키는 데에 일조할 뿐 아니라 실제로 운영에 돌파구를 찾고 있는 국내 병원들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의 기치아래 그동안 의료시스템 해외 진출 지원과 외국인 환자 유치에 노력을 기울였고, 2009년 이후 2014년까지 누적 100만명을 넘어선 외국인환자 유치를 이뤘다. 이에 따른 수익도 기록할 만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해외진출에 성공한 국내 의료기관이 100개소를 넘어선 것도 가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국제진료 실무를 경험하며 느낀 점은 우리 국제진료의 현재 상황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새로이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지원과 민·관의 유기적인 협조가 절실하나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인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 의료진의 면허 인정이나 해외 현지 법률, 회계, 보건통계 분야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은 물론 국제의료 코디네이터, 병원전문 마케터, 의료전문통역사 등 관련 전문 인력 양성시스템도 미비한 실정이다.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쟁국인 일본의 국제의료전개전략실 같은 정부 차원의 통합된 전담기구나 MEJ(Medical Excellence Japan)같은 민·관 합동 조직에서 정책적인 지원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준비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지금 국회에서 1년 넘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 해외 진출에 관한 전문기관 운영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포함하고 있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과 내후년 2년간 총 6조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와 11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한다. 한국 의료의 세계화가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의 관심을 절실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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