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 국토의 완성 '지적재조사사업'

머니투데이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2015.11.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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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디지털 국토의 완성 '지적재조사사업'


나폴레옹이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라의 기틀을 새로 다지는 과정에서 지적법(Cadastral Law)을 제정했고 이 지적법이 근대 지적제도를 확립하는데 밑바탕이 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조선의 건국이념을 담은 ‘경국대전’에 지적관련 내용이 있다. ‘경국대전’은 모든 전지(田地)를 6등급으로 구분해 20년마다 측량, 지적부를 만들고 이를 호조·도·각 고을에 비치하도록 했다.



이처럼 개개 필지의 경계·용도·소유관계 등의 정보를 담은 공적등록부인 지적(地籍)은 치국의 기본요소다. 우리나라의 현행 지적은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에 만들어진 지적공부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당시 낙후된 측량기술과 장비로 작성된 데다 시간이 흐르면서 종이지적의 마모, 한국전쟁 당시 기준점 망실, 신축 및 지형 변화 등으로 인해 우리 국토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 국토의 14.8%인 554만필지가 현실경계와 공부상의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실정이다. 지적 불부합에서 비롯되는 토지소유자간 경계 갈등으로 인한 소송 등으로 연간 약 3800억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핵심 기반시설인 국토공간정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관련 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토지조사 사업을 하면서 일본 동경원점을 기준으로 한 동경측지계를 측량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지구 중심을 기준으로 하는 세계 측지계와 약 365m의 편차가 발생한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IT(정보기술) 시대에 부응하는 지적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현행 종이지적을 디지털지적으로 전환하는 한편 측량의 기준을 동경측지계에서 국제표준인 세계측지계로 전환하는 지적재조사 사업을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총 1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위성측량(GPS) 등 첨단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 세계측지계로의 전환은 지적 주권 확립 차원에서 2020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해까지 493개지구, 총 23만필지에 대한 지적재조사 사업이 완료돼 해당 필지의 장부상 경계가 현실경계와 일치됐다. 이로써 경계분쟁이 해소되고 주민들의 원활한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불규칙한 토지가 정형화돼 맹지가 해소되는 등 토지 이용 가치도 증대되고 있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시업지구 지정, 경계결정 등 전 과정을 주민들의 참여와 합의를 토대로 진행하고 있다. 최신 기술과 장비를 이용한 신속·정확한 측량성과를 바탕으로 경계를 결정하기 때문에 주민의 만족도가 높다.

지적재조사 사업 전용 웹사이트인 ‘바른땅시스템’(www.newjijuk.go.kr)을 구축해 사업시행 주체와 주민들이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사업진행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지적정보는 중요한 국토관리 인프라다. 지적재조사 사업을 통해 생산되는 지적측량 자료는 세계측지계 기반의 디지털지적으로 지적공부에 좌표 값으로 표시된다.

종이지적에서 디지털지적으로의 전환은 지적행정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3차원 입체지적을 통해 국토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공간정보산업의 발전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창조경제 실현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지적재조사사업을 2030년까지 차질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재원을 확충하고 사업추진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경계결정, 조정금 산정 등 지난 4년간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미비점을 시정해나갈 계획이다.

지적재조사 사업이 디지털 국토의 완성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도록 정부·지자체·주민·관련 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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