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타고 버버리 입은 사람도 복지혜택 준다고?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유닛장 2015.11.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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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이코노믹스]<22>'가난하고 급하게 도움 필요한 사람' 위한 공자의 복지정책

편집자주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 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나이 든 노인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벗들을 미덥게 하며, 어린 젊은이들을 따듯하게 감싸주고자 한다(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노자안지 붕우신지 소자회지).”

『논어』 공야장(公冶長)편에 나오는 공자의 희망사항이다. 공자가 수제자 중에서도 가장 아꼈던 안연(安淵)과 자로(子路)에게 “소망이 무엇이냐?”고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간단한 3마디로 된 이 말은 동양에서 이상 세계로 그리고 있는 ‘대동사회(大同社會)’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나타낸 것이다.



◇모두가 일자리를 갖는 대동사회

『예기』 예운(禮運)편에서는 대동사회를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다. “큰 도(道)가 행해져 천하가 공(公)을 위주로 움직인다.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을 등용하고 믿음과 화목함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자기 부모와 자식은 물론 다른 부모와 자식도 함께 포근하게 보살핀다. 혼자된 과부와 독거 노인 및 병든 사람들도 모두 잘 살도록 한다. 남자는 모두 일자리가 있고 여자는 모두 배우자를 맞는다(男有分 女有歸). 재물이 풍부해 굳이 혼자 가지려고 하지 않고 도적이 없어 문을 잠그지 않고 사는 것을 대동이라고 한다.” 좀 길게 설명했지만 한마디로 줄인다면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고르게 편안하게 사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공자는 대동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선 군자를 많이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14년 동안의 주유천하(周遊天下)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교육에 힘쓴 것도 군자를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군자는 어떤 사람일까?

공자는 “군자는 어떤 사람이냐?”는 자로의 질문에 대해 “공경함으로써 스스로를 닦는 사람(修己以敬, 수기이경)”이라고 답했다. “그것뿐이냐”는 추가 물음에 “스스로를 닦은 뒤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修己以安人, 수기이안인)” “백성들을 편안하게 한다(修己以安百姓)”고 밝혔다. 안으로 몸을 닦아 사람이 할 도리를 깨닫고 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한 발 더 나아가 수기(修己)를 바탕으로 옆의 사람과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군자라는 설명이다.

대동사회라는 큰 이상과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군자를 설명한 공자는 방법론도 소개한다. 『논어』 곳곳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옹야(雍也)편에서 밝힌 것은 현재의 복지정책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가난하고 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만 도와줘라, 부자는 말고"

공자는 옹야(雍也)편에서 “군자는 궁핍하거나 사정이 급한 사람을 돌봐주지만 부유한 사람에게 계속 보태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명한 “군자 주급불계부(君子 周急不繼富)”라는 말이다.

이 말이 나온 배경은 다음과 같다. 공자의 제자인 자화(子華)가 공자의 명을 받들어 제(齊)나라에 심부름 갈 때 염자(冉子)가 자화의 어머니를 위해 곡식을 줄 것을(일종의 수당으로) 요청했다. 그러자 공자는 부(釜, 6말4되)를 주라 했다. 염자가 더 줄 것을 청하자 유(庾, 16말)를 주라고 했다. 하지만 염유는 (공자의 허락을 얻지 않고) 5병(秉, 80섬)을 주었다. 나중에 이 사정을 알게 된 공자는 “자화가 떠날 때 살찐 말을 타고(乘肥馬, 승비마) 가벼운 갖옷을 입었다(의경구, 衣輕裘)”며 “君子周急不繼富”라고 염유를 꾸짖었다.

같은 곳에서 공자는 이와 다른 말을 한다. 공자가 제자인 원사(原思, 原憲)를 가신으로 삼고 곡식 9백석을 주었다. 하지만 청렴하기로 유명한 원사는 너무 많다며 받지 않고 사양했다. 그러자 공자는 “사양하지 말고 (받은 뒤 그것을) 너의 이웃과 마을에 나눠 주라(毋 以與爾隣里鄕黨乎, 무 이여이린리향당호)”고 했다.

◇BMW 타고 버버리 입는 사람에게까지 복지혜택 준다?

공자의 이 말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문제를 푸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화처럼 부자에게 수고비를 많이 주는 것은 ‘비싼 BMW나 벤츠를 타고 (당시 살찐 말은 요즘으로는 BMW·벤츠에 필적할 정도로 비쌌다) 버버리를 입을 정도로(가벼운 가죽옷도 매우 비싼 옷이었음) 부유한 사람을 (우정이라는 미명 아래) 지나치게 도와주는 것이다.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부자에게 이런 지원을 하면 가난하고 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원할 재원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무제한 무임승차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정부가 개인을 직접 도와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돈 있는 사람들이 (급여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원사처럼) 그 돈으로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면 사회에서 그늘진 곳을 많이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군자, 주급불계주, 대동사회. 모두 실천하기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하지만 어려울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기 마련이다. 실타래처럼 얽혀 해결하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현재의 복지문제도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만 뜻이 굳지 못하고 자기와 자기편을 더 중시하려는 사심 때문에 올바른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옳은 처방을 갖더라도 그것을 끝까지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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