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권 뒤흔들 '블록 생태계'…LG, CNS가 '첫 삽' 뜬다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5.11.2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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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출시…주식시장·공공분야로 블록체인 생태계 확대 전망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국내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Blockchain)을 기반으로 한 금융 플랫폼이 나온다. LG CNS가 비용은 줄이고 보안은 강화한 핀테크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을 개발한 것. 블록체인은 해킹이나 정보조작 등이 불가능해 현존하는 가상화폐 구현 기술 중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전 세계 유수 투자은행(IB) 은행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머지않아 금융권뿐 아니라 공공서비스까지 블록체인 플랫폼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 5개사 전자증권 발행 성공=LG CNS는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상품 오픈플랫폼을 개발하고 전자증권 발행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블로코, 바이터그룹, 슈퍼스트링, 오메카, 스마트포캐스트 등 스타트업 5개사가 전자증권 발행에 참여했다. 이들은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증권데이터, 지급결제 데이터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이 플랫폼은 장외주식시장에서 주주들에게 문서형태로 발행하는 미발행 증명서를 전자증권으로 발행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블록체인 공개장부에 등재해 전반적으로 거래 투명도를 향상할 수 있다. 블록체인 상에서는 블록에 개인정보를 대신하는 고유번호가 기록돼 개인정보 노출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한번 기록된 정보는 수정할 수 없다는 장점도 있다.

비용 절감 효과도 예상된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를 블록 형태로 전 세계 PC에 분산해 저장하기 때문에 중앙서버가 필요 없다. 중앙은행 제도가 없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LG CNS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비상장주식의 실제 거래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현재 전자증권 발행을 핵심기능으로 하고 있지만 주요 주주의 지분매각,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주식 거래가 가능한 거래형 플랫폼의 기능을 갖춰나간다는 것.

박용익 LG CNS 상무는 “이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의 분산성, 안정성, 무결성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바탕으로 비상장 주식거래 외 P2P(개인간) 대출, 크라우드펀딩 등의 금융거래가 가능한 형태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비트코인에서 활용되는 블록체인 구조 /출처=비트코인닷오알지(bitcoin.org)<br>
/사진=비트코인에서 활용되는 블록체인 구조 /출처=비트코인닷오알지(bitcoin.org)
◇전자증권법 발효, 2019년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 기대=정부가 추진하는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안(전자증권법)이 나오면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증권제는 증권의 발행과 유통이 실물이 아닌 전자등록제를 통해 이뤄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4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전자증권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야 대립의 소지가 거의 없고 금융업계에서도 전자증권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국회 논의 후 법안이 통과되면 3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께 전자증권 발급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증권법이 시행되면 당장 한국예탁결제원의 업무처리 시스템 변화가 불가피하다. 예탁원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의 주식, 사채 등의 권리를 표기하는 문서 보관이 당장 전자등록제 방식으로 바뀐다. 실물 증권의 예탁·보관·반환시간 등을 단축해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안’ ‘비용’ 효율, 블록체인 최대 강점…공공분야로 확대 가능=블록체인은 자체적으로 갖는 특·장점 때문에 핀테크 시대를 풍미할 핵심기술로 평가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산탄데르은행과 올리버와이만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블록체인으로 전 세계 금융업계가 2022년까지 최대 200억달러(약 23조원)의 인프라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외국 기업들은 이미 블록체인 활용 단계에 돌입했다. 스위스 UBS가 블록체인방식으로 채권거래를 시험 중이고 미국 씨티그룹도 씨티코인을 만들어 그룹 내부 결제에 사용하고 있다. 올해 9월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등 22개 은행이 핀테크 스타트업 ‘R3CEV’와 업무제휴를 맺고 공동 블록체인 시스템 개발 및 국제표준 도입에 착수했다. 미국 나스닥은 블록체인 기반 장외주식 거래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비단 금융뿐 아니라 부동산 거래, 공공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LG CNS 박 상무는 “이번에 개발한 플랫폼은 머지않아 세금 징수, 각종 공공자산의 등록 및 소유권 이전 기록 등 공공기관의 공공장부로서의 활용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미 온두라스 정부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한 부동산 등기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면 스타트업에도 긍정적 효과가 전파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관계자는 “LG CNS의 이번 서비스로 신기술과 접목한 비상장기업 주식의 발행과 유통이 가능해지면 자금확보가 어려운 국내 스타트업 성장과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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